[투데이오늘]동도위붕(同道爲朋)을 바라며
[투데이오늘]동도위붕(同道爲朋)을 바라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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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철[호남학 진흥원 전문위원, 광산중 교감]

막스 베버(1864-1920)는 1918년 겨울 뮌헨 자유학생동맹의 발기에 의한 공개 강좌에서 「직업으로서의 정캣를 역설한 바 있다. 베버의 정치 이론은 그의 조국 독일을 강력한 국가로 만들면서 동시에 자유화, 근대화 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독일의 정치적 후진성의 원인을 밝히고는 이의 극복을 요구하였으며, 독일이 국내적으로 민주화를 이루고 대외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국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그의 이론에는 자유주의와 민족주의가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정치가가 갖춰야 할 자질을 정열, 책임감, 통찰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자신이 정열로 행한 '일'에 헌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을 행동지침으로 하지 않으면 올바른 정치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정치가에게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네 정치판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그 변화가 '정치적 후진성'을 극복할 어떤 모티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노대통령의 표현처럼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왜곡된 정치구조'가 더 이상은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최근의 변화 정치 후진성극복 계기되야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고 내각책임제로 개헌한 뒤 들어선 민주당정부가 신구파로 갈라져 싸우다가 군사 쿠데타로 무너지는 참변을 겪게 되었을 때 일각에서는 '혁명주체가 권력을 장악했어야 되는 건데'하는 안타까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구태정치인들에게 정권을 맡겼다가 낭패를 본 탄식이었을 터이다. 주권이 군홧발에 짓밟히면서 국민의 인권과 자존도 함께 망가졌다. 계엄령, 공안정국, 긴급조치 등등 군사정권 시절의 쓰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10.26이후 엄혹했던 시절을 새삼 돌이킬 필요는 없지만 모든 일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기 마련이다. 6월 항쟁의 성공은 민주정권 수립의 절호에 기회였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었던 신민당의 분열은 우리 정치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노태우정권의 등장은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의 오판이 가져온 참담한 패배의 결과였다. 오만한 정치세력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국민은 또 한 차례 무서운 시련을 겪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 정책이나 이념을 기반으로 한 참된 당파가 되었을 때만이 국민적 지지도 얻고 간교(奸狡)한 정상배들도 자연 도태될 수 있을 것이다
여소야대가 하루아침에 야소여대로 뒤집혔고, 정책이나 이념과는 상관없이 보스중심의 패거리정치가 국민의 건전한 정치의식을 마비시켜 버렸다. 3김 시대의 폐해가 바로 그것이다.

특정지역을 볼모로 하여 정치적 야욕을 채워보려는 정치꾼들이 지역감정을 교묘히 부추기면서 민심을 선동하거나 술수와 농간을 일삼는 일이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단골메뉴였다. 공천이 곧 당선이었기 때문에 '썩은 작대기'라도 꼽아 놓으면 당선된다는 저주 섞인 비하가 무성했다.

그래서 정계개편을 통해 국민통합, 사회통합을 이루어 보겠다는 사람들의 노력이 힘을 받는지도 모른다. 자기시대를 통찰하고 역사를 꿰뚫어보는 정치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기존의 정치질서에 안주하면서 무정견, 무이념의 오합지중으로 남는 불명예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애국을 파는 장사꾼들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야만 동서가 하나 되고 남북이 하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새삼 지난 대선을 떠올리고 싫지는 않으나 자당의 후보를 국민경선으로 당당히 선출해 놓고도 여론조사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후보교체론을 들고 나와 전선을 교란시켰는가 하면, 싸워보지도 않고 백기를 들고 투항하거나 탈당 위협을 하는 등 대선 기간 내내 민주당은 극심한 적전분열상을 보였다. 그런 와중에서 대선의 승리는 한편의 드라마처럼 극적인 반전이었다.

정책·이념 기반한 참된 당파만이 국민 지지받을 것

동양에서 정당론을 처음 폈던 구양수는 소인은 무붕(無朋)이요 군자라야 유붕(有朋)이라고 했다. 소인들은 붕당을 할 수 없고 군자만이 붕당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이유인즉 소인은 동리위붕(同利爲朋)하고 군자는 동도위붕(同道爲朋)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늘 정당의 분열을 이런 눈으로 보아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것이다. 정책이나 이념을 기반으로 한 참된 당파가 되었을 때만이 국민적 지지도 얻고 간교(奸狡)한 정상배들도 자연 도태될 수 있을 것이다.

군자만이 죽음으로써 자기의 도를 지키고 붕당의 변질을 막을 수 있다. 그래야만 지역간 민족간의 화해를 거부하는 자들이 더 이상 정치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며, 명망가 출신이 아니어도 백성을 아끼는 양심 있는 일꾼들이 국민의 눈에 들게 될 것이다.

/정규철(호남학 진흥원 전문위원, 광산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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