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광주일보의 아전인수(我田引水)
[기자닷컴]광주일보의 아전인수(我田引水)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3.09.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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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편한 대로 해석하거나 이용하는 모양을 '제 논에 물대기'라 한다. 지난 17일 노무현 대통령의 지방언론인과의 대화 가운데 시도통합 관련 발언을 보도한 광주일보의 보도양태는 한마디로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광주일보는 18일자 4면에 노대통령의 '광주·전남언론인과의 대화' 주요내용을 실었다. 전면을 할애한 이 기사의 전체면 머릿제목은 "시·도 합의땐 통합 돕겠다"로 뽑았다.

이날 합동인터뷰 내용에 대해 전국지들은 신당문제를 쟁점화했고, 지역신문들은 문화중심도시를 주요하게 다뤘다. 광주일보는 여기에 시·도통합 부분을 함께 부각시킨 것.

각 방송사 인터넷홈페이지의 '다시보기'를 통해 확인한 노대통령의 시도통합 관련 발언은 모두 4분30초(중간에 편집되지 않았음). 광주일보는 대통령 발언의 마지막 50초 분량에 집중했다.

노대통령은 "광주와 전남이 따로 살아서 어떤 이득이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로 시작해, 도청 이전 안이 처음 제기된 문민정부 당시의 정치적 결정에 대한 문제 제기성 발언도 던졌다. 그러나 대통령은 중앙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광주시와 전남도가 합리적 합의를 이끌어내면 도울 생각이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광주일보는 이를 기사화하면서 시도통합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비틀기 시작했다.

대통령 발언 입맛따라 비틀기
시도통합논란 불씨 지피려(?)
광주일보, "다른 의도는 없다"


구체적으로 광주일보는 보도에서 노대통령이 "지방행정 개편의 가장 쉬운 방안이 시·도 통합"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시 방송된 내용을 확인해 보면 노대통령은 실제 이와 관련해 "지금 자치구역 관련해서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안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광역시도를 통합해 더 키우는 방향이 있고, 다른 하나는 전국을 약 60여개의 도(道)로 나눠 행정 계층을 축소하는 방안이 있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정부로선 지금 시작할 수 없다"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기사는 이에 대해 "전체를 세분화하는 방법은 논란이 많아 먼저 시·도 통합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안이라는 것이다"고 '해석'하면서, 이를 마치 노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인 양 처리한 것이다. 또한 신문은 주민투표와 관련해 대통령의 지난달 대구경북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나온 발언을 이번 보도에 살짝 끼워 넣어 '시도통합관련 주민투표가 해법'이라고 해석하는가 하면, "시도가 합리적으로 합의하면 도울 수 있다"는 실제 발언 사이에 '통합'을 밀어넣어 "시·도 합의땐 통합 돕겠다"고 못박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광주일보 유제철 편집국장은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시도가 합의하면 도와주겠다는 발언을 기사화 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면서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섬진강변의 예나 도청이전안의 정치적 결단 사례 등이 결국 시도통합에 대한 대통령의 의사로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일보가 그동안 광주시와 전남도의 통합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꺼져가던 시도통합논의에 다시 불을 붙이려는 광주일보의 태도는 안쓰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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