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있는' 지역축제 없나요
'색깔있는' 지역축제 없나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딜가나 형형색색 포장마차에 노래자랑만.../ 자치단체마다 축제 한창/흐드러진 꽃 비해 '썰렁한'구성/ 전남도 '6곳 폐지권고'에도 4곳 예정대로/한해 5개 축제 여는 곳도 수 늘리기보다 특색있는 '내용'채워야// 봄꽃이 활짝 피었다. 봄꽃의 만개를 기다렸다는 듯이 내고장 꽃을 팔아 만들어낸 지역축제들이 줄을 잇는다. 그래서 꽃놀이간다, 꽃놀이가자는 말이 인사말처럼 건네진다. 이번 주말이 꽃도, 축제도, 지역마다 절정일 듯 싶다. 어디가면 꽃도 축제도 모두 즐길 수 있을까. 그러나 그런 기분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말에는 목포 유달산 개나리축제, 영암 왕인문화축제,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가 겹쳐있다. 왕인문화축제도 영암 벚꽃이 절정을 이루는 때와 맞물렸다. 올들어 전남지역에서는 지난달 17일 광양 매화축제를 시작으로, 24일에는 산수유꽃축제가 열렸다. 지난달 25일 구례군이 주최한 산수유꽃축제에 참여한 한 관광객은 "지리산온천 관광단지 일대를 샛노랗게 뒤덮은 산수유밭은 장관이지만 정작 산수유꽃축제 자체는 썰렁하다"고 표현했다. 여기서 '썰렁하다'는 계곡마다 찾아든 관광객과 비교해 축제의 질을 표현하는 것이다. 산수유꽃축제는 가요제, 사생대회, 품바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앞서 열린 광양 매화축제 현장은 매화나무 단지와는 거리가 떨어진 곳으로, 매화꽃 축제와의 연결고리가 미진했다. 유달산 개나리, 영취산 진달래축제도 풍물마당, 전통혼례마당, 진달래가요제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마을 놀이마당의 틀을 벗어나지 않아 축제로서 차별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봄꽃축제 분위기를 십분 즐기기는 어렵다고 본다. 전남도는 올해 초 전남도내 지역축제 경영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현재 22개 시·군에서 열고 있는 34개 축제 중 6개를 비효율적인 축제라 판단하고 해당 시·군에 폐지를 요청했다. 해당 축제는 여수의 '검은 모래 눈뜨는 날' '남해안 생선요리축제', 광양의 '전어축제', 구례의 '피아골 단풍제', 장흥의 '제암산 철쭉제', 해남의 '흑석산 철쭉제' 등 6개. 그러나 여수의 '검은 모래…'와 해남만 폐지했을 뿐 나머지 4개는 예정대로 축제 일정이 잡혀있다. 폐지를 통보한 전남도 관계자는 "폐지는 권고사항이지 강제권은 없다" 며 "이를 따르지 않을 때 행정·재정 지원을 중단하고 시군 인센티브제 적용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하는 조치 등을 구상중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자치단체들은 "경영평가 근거가 애매하고 민간단체가 주관하는 축제를 시나 군에서 폐지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 축제의 폐지 권고 근거는 개최기간 동안 관광객 입장이 2만명 이하이거나 관광상품 개발 등에서 미약한 축제, 1개 자치단체에 과다보유한 축제 등으로 예산 낭비와 중복 축제를 줄여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크게 늘어난 낭비성 지역축제를 줄인다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여수시는 연간 5개로 가장 많다. 그래서 2개 폐지 통보를 받았지만 1개만 줄였다. 광양 구례가 각 3개, 목포 장성 장흥 보성도 각각 2개의 축제를 열고 있다. 문화관광부도 '1개 시·군 1축제 원칙'을 기본으로 세우고 있지만 자치단체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 이행 여부에 앞서 정말 축제 다운 축제를 만들지 못하면서 축제 수만 늘리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관광객이 외면해서 폐지 대상까지 오르게 되는 축제. 자치단체는 그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해당 단체의, 단체장의 낯 내세우기 축제는 아닌지,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자치단체는 프로그램 기획과 구성에서 고민해야 할 때다. 이번 주말처럼 지역별로 축제가 겹칠 때 관광객이 '축제들이 중복되어 정말 아쉽다'고 여기는, 속이 꽉 찬 축제를 만들어 관광객이 찾지 않으면 후회할 축제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