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지방분권시대 지역의 비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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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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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호[광주대 언론홍보학부 교수]

지방분권시대는 지역사회의 미래를 향한 비전을 요구한다. 그것은 지역사회 나름의 자기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방법에 대한 구상이요 기획이다. 중앙집권시대에 지역은 자율성을 상실하고 중앙정부의 결정에 따라 지역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나름의 비전을 만들고 실천할 필요도 없었고,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분권시대는 그 모든 것을 지역사회 자체에서 자신의 힘으로 만들고 실천해야 한다.

지역의 비전은 작게는 지역사회가 지닌 장점을 극대화하여 지역의 생산성을 높이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지향한다. 한편 비전은 여기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것까지 포함한다.
우리는 지역사회의 비전을 만들어 본 역사가 없기 때문에 비전만들기의 방법이 매우 서툴다. 따라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설픈 비전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비전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학습하는 일이다. 비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만들 수 있고, 목표설정이 정확하게 되어야 그에 이르는 접근방법도 구상될 수 있는 것이다.

비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몇가지 조건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비전은 창의적으로 구상해야 한다. 비창의적인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지역사회의 역동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사회에 새로운 것을 개발하여 접목시키거나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둘째, 비전만들기에는 시민사회, 대학, 언론 등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지역의 관료와 경제계가 주도하는 기존의 지역발전 구상은 관리차원의 구상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비전만들기와는 거리가 멀다.

셋째, 비전만들기는 끝없는 연구와 대화와 토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새로운 방향모색을 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합의와 이해, 그리고 발전에너지의 결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전은 현재의 조건을 중심으로 판단하기보다 미래의 바람직한 방향을 중심으로 판단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조건에 지나치게 얽매어서는 단기적인 구상만 할 수 있을 따름이다. 다만 그것이 공허한 공상 수준이 아니라 지역이 당면한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그것을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을 구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비전만들기는 지역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들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확인과 그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구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역의 문제는 모두가 다 중요하다. 그러나 분명 거기에는 우z선순위가 있다. 그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적절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다섯째, 비전만들기는 우선적으로 커다란 틀에서 장기적 발전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차차 중기적, 단기적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들을 일시에 해내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

여섯째, 비전만들기는 선택과 집중, 분업과 협업을 기반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주변의 지역사회들과의 관계는 경쟁이나 독점보다는 분업과 협력과 보완의 방향이 바람직하다. 한 지역에 중심을 세우고 주변에 다른 것을 배치하여 보완하도록 하는 것이 지역사회간 협력과 상생의 기본원칙이다. 여기서 주변을 담당하는 지역의 역할은 단순한 들러리가 아니라 중심지역의 부담을 나누고, 그 결실도 나누며, 향후 스스로 중심으로 올라서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다.

일곱째, 비전만들기에서 중요한 것은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작은 것을 키워서 나눠먹는 방식이 작은 것째로 나눠먹거나 홀로 먹는 것보다 훨씬 낫다.

비전만들기는 지역의 생존을 위한 긴급하고도 처절한 과제이다. 비전의 구상과 실천은 지역사회 일부인사들의 영역이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의 과제이며, 몇몇 사람들의 사사로운 이해관계가 아니라 주민의 에너지가 총체적으로 결집되어야 비전은 비로소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류한호(광주대 언론홍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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