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동행하는 사회, 혼자 가는 사회
[기자닷컴]동행하는 사회, 혼자 가는 사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근서 기자

동행(同行)하는 사회. 미국은 이 점에서 예찬할만한 사회다. MBC성공시대 등 국내 매스컴에도 소개된 바 있는 뉴욕 브루클린 지방검찰청의 정범진검사(35)가 전하는 얘기는 감동적이다. 이곳에서도 촉망받는 정검사는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장애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사회적 장애는 어느 곳에서도 느끼지 않는다.

그에게 들어간 6억원 가량의 치료비용은 모두 국가가 부담했다. 직업을 갖기전까지는 생활비까지 보조됐고, 간병인과 장애인 침대, 음성인식 컴퓨터가 제공됐다. 법대에 복학하자 특수제작된 책상이 주어졌고, 강의실 건물에는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됐다. 또 등하교용 특수차량과 운전사가 배치됐고, 변호사 시험때는 호텔에서 혼자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그에 대한 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검사임용후 검찰청은 정부와 공동부담으로 수행비서 한 명을 별도로 옆에 붙여주었고, 5분거리밖에 안되는 법원에도 정검사 사무실을 얻어줬다. 우리와 비교하면 정말 놀랄 일이다. 그렇다고 정검사가 특별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다. 장애인 문턱은 어디에도 없다. 건물에도 거리에도, 그리고 사람들의 의식에도…. 모든 공공장소에는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거의 모든 시설이 완비돼 있다.

'America with Disabilities Act(장애인과 함께가는 미국)'가 이루어 놓은 '동행하는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에도 장애인들에게 열린 사회는 있다. 대구대는 장애학생들의 천국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 대학생수의 70%가 이 곳에서 재학한다. 일단 입학만 하면 전원에게 장학금이 주어지고, 전용 도서열람실, 휠체어용 강의 책상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예 장애학생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전국 대학중 처음으로 본부 행정부서로 설치하기까지 했다. 이밖에 인천송림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지난해 5학년에 휠체어를 타는 학생이 들어오자 학년 전체가 1층으로 교실을 옮겼다. 경기도 파주시 삼광중학교에서는 근육병 장애학생 1명을 위해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학교의 전 시설을 개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미지 나빠진다며 장애학생들의 입학을 거부하고 2, 3층은 물론 4층에까지 특수학급이 배치된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들이다. 입학을 거부당한 장애학생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어디 학교와 교육청만 나무랄 수 있겠는가.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과 제도의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양근서 기자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