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국세의 지방세 이전논의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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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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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원[지방분권국민운동 집행위원장. 광주대 e-비즈니스학부 교수]

어쩌면 모두가 다 아는 비밀인지도 모르지만, 지방정부는 결코 열악한 지방재정을 염려할 것 같지 않다. 지방재정이 열악하면 중앙정부가 알아서 국고보조금이다, 교부금이다, 양여금이다 종류도 다양한 자금을 지원해주지 않는가! 자치단체장들은 상투적인 엄살인 낮은 재정자립도를 들먹여 지방민을 선동하며 자신의 무능을 다소간 은폐할 수 있지 않을까. 중앙정부는 지방에 돈을 나누어주는 힘을 쓰니 좋고 지방정부는 돈 만들 걱정 없이 돈을 얻어 쓰니 좋고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전문가들은 국고보조금은 용도가 지정되어 자율성이 떨어진 자금이니 좋지 않고, 양여금의 용도도 다른 중앙부처의 용도와 겹치고 있어서 개선이 필요하지만, 교부금은 지방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니 교부금의 법정비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 국고보조금의 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포괄보조금화하고 양여금과 타 자금과의 교통정리를 잘 하면 국고보조금도 늘리고 양여금도 늘려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돈들은 제공하는 입장에서건, 제공받는 입장에서건 기본적으로 남의 것이다. 남의 돈을 나누어주는 데 낭비가 없을 수 있는가? 남의 돈을 받아다 쓰는데, 쓰는 사람들 마음 속에 비용의식이 있겠는가? 각종 선심성, 과시적 사업들이 시행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낭비를 막고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자신이 내게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율과 책임이다. 이것이 재정분권의 핵심이다.

가능만 하다면 국세의 완전 지방세화를 추진해야 하고 국가 고유의 업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일정금액의 회비형태의 자금을 중앙정부에 납부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국세를 지방세화하면 경제력이 튼튼한 수도권의 지방재정만 튼튼해지고 경제력이 취약한 지방의 지방재정은 오히려 열악해질 것이라는 비판이 매우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비판에 대한 답은 결코 지방재정의 격차가 더 심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국세의 지방세화로 지방재정의 격차가 심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물론 지방재정조정제도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국세의 지방세화 혹은 지방세의 조정만으로도 자치단체간 격차를 줄일 수 있다. 현재의 지방세 구조를 그대로 두고 국세를 지방세화 하면 수도권의 재정이 비대해질 것이므로 지방세에 대한 몇 가지 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테면 지금 법인세의 일부를 주민세로 부과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법인은 서울에 있고 법인의 주인은 지방에 산재해 있어서 지방민이 서울에 주민세를 내는 모순이 있다. 이 모순을 시정하면 지방의 세금이 늘어난다. 지방세에 소득세나 소비세를 적용하는 안도 제시된다. 교통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안도 제시된다.

이 안들은 모두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평가하는 기준에 따라 장점과 단점은 서로 뒤바뀔 수도 있다. 이제는 그 기준에 대해 합의를 보아야 할 때다. 그 후에 여러 가지 안 중에서 어떤 안이 합의한 기준에 가장 근접하는가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통하여 정책을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교부금조차도 자율성의 견지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어찌 지방민의 처지에서 교부금을 반대하리요. 다만 무작정 돈 없다 엄살을 부리는 단체장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고 지방에서 쓰는 돈이 남의 돈이 아니라 내 돈이라는 인식을 주며,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교부금 등의 재원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재정제도가 꼭 탄생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심정의 술회임에 양해있기를...

/이민원(지방분권국민운동 집행위원장. 광주대 e-비즈니스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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