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농민은 농협의 개혁을 외치는가!
왜 농민은 농협의 개혁을 외치는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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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협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인 농민이다. 그런데 그 주인인 농민이 자기 집을 점거(?)하고 개혁을 외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8일 낮 12시 우리 광주·전남 농민연대 소속 농민들은 농협개혁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국회 비준 반대를 외치며 농협 전남지역본부의 본부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농민들의 이번 투쟁은 농협의 태생적 한계와 지금까지 주인으로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한 것이다. 농협의 태생적 한계는 농민들이 자율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기보다 정부의 방침으로 하양식으로 만들어진 것에 기인한다. 결국 이런 하양식의 왜곡된 조직의 형태는 조합원인 농민의 권익과 농업의 발전보다는 공룡화 된 기형적인 현재의 농협을 유지시키는 쪽으로만 활동이 이루어져 왔다.

이에 우리 농민들은 더 이상 농협의 개혁을 뒤로 밀어두거나 나 몰라라 하면서 주인으로써 책임을 방기하기보다 400만 농민의 조직으로 새로 태어나게 하기 위해 농협의 개혁을 외치는 것이다.

농협의 개혁을 위해서는 첫 번째로 조직의 모습을 바꾸어야 한다. 하양식에서 상향식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상향식 조직이란 결국 농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잘 수행하는 농민들의 조직으로 거듭남을 의미한다. 사실 지금의 농협은 농민 조합원의 교육 및 경제적 지원사업보다는 신용사업(은행업무)에 치중해왔었다. 결국 농협의 첫 번째 개혁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여 농협의 원래 기능인 경제 사업에 힘을 쏟아 주인인 농민들에게 복무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공룡화 된 농협중앙회를 정비하고 회원 조합 중심으로 체제를 개편하기 위해 농협중앙회-시도지역본부-시·군지부-회원조합으로 이루어진 현재 농협의 계통 조직을 중앙회-연합회-조합의 3단계로 바꾸어야한다. 사실 선진국의 농협들은 중앙연합조직-회원조합의 2단계 조직을 갖추어 막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우리가 농협의 시·군지부를 폐지하고 지역본부를 회원조합의 연합회로 바꾸자고 요구하는 것은 경쟁력과 조합원에 의한 상향식조직으로 다시 태어날 농협을 위해서다. 이제 각 도와 특별시·광역시 농협 지역본부장을 중앙회장이 임명하는 중앙회 직원이 아닌 능력과 비전을 갖춘, 농민 조합원이 뽑은 조합장 중에 선출해야 하고 아울러서 이들 선출직 지역본부장들을 농협중앙회 당연직 이사로 뽑아 중앙회의 농민 중심적인 건전 경영을 이끌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써 농민조합원이 주인으로써 실제적 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농협의 주인은 바로 400만 우리 농민조합원이다. 근본적인 농협의 개혁은 바로 우리 농민이 주인이 되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지난 3일 제6차 농협개혁위원회에서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에만 골몰하는 중앙회의 후안무치한 행동을 보면서 우리 농민들은 결코 도둑고양이에게 우리의 생선가게를 맡겨 놓는 우를 범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우리가 농협개혁을 외치던 바로 그 시간 외교통상부에서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국회 동의를 위해 국회에 안건을 올렸다고 한다. 사실 기가 막히고 분노가 치민다. 과연 나를 비롯한 이 땅의 농민들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 하지만 우리는 이 땅의 모든 이들을 먹여 살리는 어머니와 같은 생명지기 농민이기에 쉼 없이 농업의 회생을 위해 달려갈 것이며, 그 일을 위해 오늘도 이 싸늘한 방에서 농성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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