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광주비엔날레, 어디까지 와 있나
2002광주비엔날레, 어디까지 와 있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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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큰 비엔날레, '손발'없어 제자리/ 이사회 21명...'실무'사무총장은 공석 3개월째/ 줄대기.감정싸움 등 정치논리에 휘말려 '내홍'//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서는 준비단계에서 실무팀과 전시팀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균형이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전시팀은 전시기획까지 구상, 출발을 시도했는데 실무팀은 아직 실무를 관장할 책임자 격인 사무총장 자리가 3개월째 메워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 있다면 무엇일까. 광주비엔날레가 안고 있는 복잡한 문제가 또 있는 건 아닌가. 여론이 분분하다. 29일은 2002광주비엔날레 개막을 딱 1년 앞둔 날이었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는 이날에 맞추어 하루 전인 28일 광주지역 언론사 기자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전시기획에 관한 구상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현장 참석자들은 '전시기획도 시급한 사항이지만 이에 대한 실무가 뒷받침되어야 전시도 제대로 이루어진다'며 4회 비엔날레의 순항을 우려했다. 간담회에서 기대했던, 관심사였던 사무총장 선임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이 끝났다. 성완경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과 박만우 전시부장 만이 참석한 간담회장은 실무팀에 관해 거론할 자리가 아니였다. 사무총장 선임은 재단 이사장의 임명 사항이므로 이사장과 논의할 사항이다. 김포천 재단 이사장은 서울 출장으로 간담회에 불참했다. 기자간담회 전날인 27일 재단은 45차 이사회를 열고 김상윤 전임 사무총장을 새 이사로 선임했다. 그가 사무총장 자리를 내놓은 지 3개월. 항간에는 그동안 공공연히 그의 사무총장 재추대설과 방해공작설이 대립되면서 나돌았다. 이 시점에 그는 이사가 됐다. 문제의 사무총장 자리와 이사로 선임된 김상윤의 행보가 오버랩된다. 사무총장 임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김씨의 그동안 거취도 작용했는지 모른다. 28일 김상윤씨를 만났다. "이사 자리는 내가 요구한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발전을 위해서 총대를 메고 싶었다." 그 깊숙한 배경이 그의 사무총장 재추대설과 연관된다. "사무총장을 2000년 12월31일자로 사퇴했다. 그 이전인 9월 개인 사업이 어려워져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사퇴의사를 고재유 시장(비엔날레 명예 이사장)과 김완기 부시장(비엔날레 상임 부이사장)에게 밝혔다. 그 후 그들로부터 다시 맡아달라는 강한 요청을 받았다. 이를 더 사양할 수 없어 12월 중순 연임 의사표시를 했다." 그 과정에서 오주 광주시의회 의장과 방대영 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이 그의 연임을 반대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들은 모두 비엔날레 당연직 이사. 12월27일 김포천씨가 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된다. 그때 김씨는 사무총장의 인사권은 재단 이사장이 갖고 있는데 고시장과 김부시장의 권유를 수용한다는 것이 이사장의 인사권에 대한 압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12월말 사퇴했다. 그렇게 사퇴한 후 김이사장도 재임 요청을 해왔다. 어쨌든 개인적인 감정 싸움 속에서 그는 사무총장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어느 쪽이 비엔날레 발전에 긍정적일지는 지금 아무도 모른다. 그가 말 못하는 속사정이 따로 있다. 광주라는 지역사회의 복잡한 지연, 혈연 등 연고관계 때문으로 보면 된다. 자리 나눠먹기식, 나눠주기식의 정치판 놀음이 문화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그는 사무총장을 1년6개월여 지내고 보니 비엔날레에서 사무총장 역할의 중요성을 알았고, 내심 할 일을 많이 남겨놓고 온 기분이었다. 사무총장은 반대 세력이 많아 이미 포기했고, 이를 실무에 반영시키려면 이사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사직을 요청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비엔날레 이사회는 의사 결정기구이다. 그런데 심하게 표현하면 현재 이사회는 구색맞추기 판 아닌가. 이사 수도 너무 많다. 비엔날레 이사가 감투이고 명예인가. 내가 재임하고 있는 동안 이사회에 한번도 참석 안한 이사도 여럿 있다. 이사회는 지역이라는 커뮤니티의 대표성을 띠어야 한다. 이사 라면 협찬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런 이사회 역할을 활성화하기 위해 우선 이사회 자체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사회는 이사 19명, 감사 2명으로 모두 21명(지난 27일 45차 이사회 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당연직 이사가 7명. 3회 비엔날레가 민영화로 바뀌면서 이사들간 자리 나눠먹기가 현실화되고 이사 수도 대폭 늘어났다. 학계, 언론계, 정계를 비롯 문화계도 각 장르별로 구색맞추기가 확연하다. 그러다 보니 이사회에서 의사 통일이 잘 안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이사회의 분위기나 현실이 바로 이번 사무총장 임명 지연과도 직결되는 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김씨의 이사 진입으로 김씨를 둘러싼 사무총장 만들기는 백지화됐다. 문제는 이제부터. 다시 줄대기가 시작됐다는 설도 나온다. 정치판의 줄을 이용, 미술 및 문화계 인사들이 움직이고 있다. 예총과 민예총간 자리 싸움도 보이지 않게 진행되는 모양이다. 비엔날레라는 순수문화축제를 중심에 놓고 보수와 진보세력간에 나눠먹기 하려는 인상으로 비칠 수 있다. 그렇다면 광주 문화계는 몰락해야 한다. 정치판의 연고 챙기기를 탓하기 전에 문화를 사랑하는, 오직 문화만을 생각한다고 외치는 미술을 포함한 문화계 인사들의 줄대기 행보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이 있다. 27일 이사회는 사무처 사무총장을 이사장이 임명토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정관변경안을 상정했으나 차기 이사회로 넘기는 것으로 유보했다. 이유는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한 뒤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사장의 임명 권한에 제동이 걸리고 있지 않느냐는 여론도 있다. 현재로선 사무총장은 이사장의 임명 사항이다. 일부에서는 "사무총장 자리가 무슨 떡고물 떨어지는 자리라고, 그렇게 이전투구냐"는 지적도 한다. 그래서 임명권자의 의중이 궁금하다. 임명권자인 김이사장은 "빨리 해라" 다그치면, 빨리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졸속이 된다. 그런 우는 범하지 않겠다. 좋은 사람 찾기 위해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인물난인가. 앞으로 김이사장의 임명으로 등장할 사무총장의 '사람됨이'가 기대된다. 김지원 광주문화연대 사무국장은 D-365 시점에서 "한 치의 진전도 없다. 비엔날레는 전시와 실무가 두 축이 되어야 하는데 실무 책임자인 사무총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홍보사업부장도 공석이다. 사실 홍보가 더 시급한 것이다. 성완경 예술감독도 간담회 자리에서 해외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안다. 비엔날레 사업을 이해해야 전시 컨셉과 연결시켜 홍보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사업을 이해하는 시간도 필요할 텐데, 여러 측면에서 사무총장이 빨리 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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