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서양에 부는 동양의 봄바람?
[매트릭스]서양에 부는 동양의 봄바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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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
여러분은 세상이 파워게임이라고 보십니까? 서로 기대어 나누며 산다고 보십니까? 리얼하고 싶은 분은 앞만 말하고, 덕성스럽고 싶은 분은 뒤만 말한다.

저는 리얼하고도 덕성스럽게 보이고 싶어서 둘 다 함께 말합니다. 앞서 이미 이야기했던 [매트릭스]이야기를 또 끄집어내어 무슨 엉뚱한 너스레를 떠는 거야?

어린 시절 [소년중앙]이 “호랑이와 사자, 하마와 악어, 불곰과 코끼리, 치타와 타조, … 누가 누가 이기나? 쎄나?” 하면서 생생한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걸 본받아 “용가리와 왕마귀, 아톰과 철인, 예수와 부처( 공자를 넣? 말어? ), 칸트와 주자, 아담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 아놀드와 실버스타, 샤론 스톤과 제타 존스( 모니카 벨루치를 넣? 말어? ), 심은하와 송혜교… ”에 이르렀고. 그 뒤끝인지 아닌지, 30년에 가깝도록 “동양과 서양, 남자와 여자”를 평생의 화두로 놓고 버거운 씨름을 하고 있다.

어려서는 몰랐는데, 그들은 서로 으르렁거린 적이 결코 없었다. 무지개 빛깔처럼 그냥 그렇게 서로 섞여서 같은 듯 다른 듯 하였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냥 그렇게 서로 오고감서 있는 듯 없는 듯 하였다. 산천초목은 그렇게 놓여 있었고, 세상만사는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모시옷과 털옷에 선악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여름에는 모시옷이 좋고 겨울에는 털옷이 좋다. 줄기와 가지에 우열이 있는 건 아니지만, 줄기는 꿋꿋하고 가지는 간들거린다.

동양과 서양 그리고 남자와 여자에 무슨 우열이 있고 왠 선악이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한 시절 중국에 쏠려 있었다가 지금은 미국에 쏠려있으며, 남자가 떵떵거리다가 여자가 발랄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무엇이 어떻든 간에.

그동안 서양에 대한 열등감에 너무나 짓눌린
동양의 열등감이 환호성 터트린 것 아닐런지

동양문화는 서양문화에 카운터 펀치로 깨구락지처럼 뻗어버렸다. 그런 동양문화가 70년대 뉴에이지 문화운동에서 꼼지락거리더니, 이제 제법 눈을 뜨고 꿈틀거린다. [타잔]이나 [인디아나 존스]에서 보이는 노골적인 백인우월주의가 아직 쟁쟁하지만, [미션] [늑대와 함께 춤을]에서처럼 조금은 누그러진 모습도 보이고, [다이하드1]과 [로보캅3]를 이어서 골목대장의 허세를 보이더니, 만화영화 [나디아]와 [라퓨타 성]을 본뜨는 [아틀란티스]에서 주눅든 모습도 보였다. [매트릭스]에서는 언뜻 열등감마저 비쳤다.

나는 그 동안 만난 영화평론에 잔뜩 화가 나 있다. 극장 앞에서 집어든 선전팜플렛만 훑어보고 영화평론을 거의 보지 않는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매트릭스’ 이야기가 참 요란뻑쩍하였다. 첨단 영화기법이 반틈이었고, 왠 종교와 철학 이야기가 반틈이었다.

나는 원래 “거창하고 멋있게 보이려는 의욕이 넘쳐, 철학적 헛 폼을 잡으면서 이어지는 지루한 대사는 화면 전개의 긴박감을 놓쳤다”고 보았기에, 그 철학적 헛 폼을 흘려 넘겼다. “그런데 왜 이리 요란스럽지?” 생각해 보았다.

하나는 몸에 익은 ‘장삿속 뻥튀기 작전’이요 거기에 기대는 ‘지적 허영’이리라!( 요 10년쯤 프랑스 현대철학하고 동양 노장사상이나 불교 그리고 자연과학의 불확실성이론이나 카오스이론을 섞어서 덕지덕지 꽃단장하는 게 대유행이거든요? 그걸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너무 지나치면…. )

또 하나는 아마 언뜻 비친 서양의 열등감에 그 동안 짓눌린 동양의 열등감이 환호성을 터뜨린 게 아닐까?( 작년 월드컵의 붉은 열기에 숨은 그림자처럼. ) 거기에 [만행]의 ‘푸른 눈 스님’까지 덩달아 도롯또 지루박에 어깨춤을 추었다.

그에게 꽤나 실망하였다. 기나긴 겨울에 움츠린 어깨가 너무 초라하였다. 그러나 아직은 ‘봄 같지 않은 봄’이기에, 얇은 옷에 봄나들이 가기엔 너무 이르다.


/김영주[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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