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전남도청 도지사실에서 생긴 일
[기자닷컴]전남도청 도지사실에서 생긴 일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3.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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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해프닝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가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넘어갈 수도 있을 게다. 그러나 이해해 줄 만한(?) 동종업계 사람들이 아닌, 전남도민들이 그 현장을 봤더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도민이 뽑아준 도지사는 뭐가 되고 지역 언론인들은 또 뭐가 될까. 물론 극히 일부일 수 있고, 확대해석 할 필요가 있을까마는, 촬영된 비디오를 보며 기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난 24일 오후 2시30분께. 전남도청 도지사실에는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반대하는 영광군주민대책위원들과 박태영 도지사간의 면담이 열리고 있었다.

최근 전남도의 핵폐기장 유치관련 토론회계획에 대해 시행과 취소를 놓고 주민과 도지사 및 관계자들간 설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때 양복차림의 한 남자가 주민들 사이의 빈자리에 조용히 와 앉았다. 그는 고개를 양쪽으로 흔들어대며 3분 가량 설전을 지켜보더니, 갑자기 손을 들고 "예, 실장님, 긴급동의인데, 제가 3자 입장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대책위원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시간 없으니 조용하세요, 근데 누구세요"라고 묻자 이 남자는 대뜸 "이 사람이?"라며 언성을 높인다. 이에 대책위원들이 "이 사람이라니? 당신 도대체 누구시냐구요"라고 다시 묻자 그는 "나, 기잔데. 도청 출입(꼴딱), 출입기자요"라고 말한다. 이 지역 한 일간지의 도청 출입기자 B씨였다. 그의 얼굴은 올 때부터 발갛게 상기된 상태였다.

'대화를 막지 말고 기자면 그냥 취재만 하라'는 대책위원들의 말에, 그는 오히려 "이 사람들, 완전히 깡패구만"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고 양복깃을 잡고 벗어제낄 자세다.

상황이 이쯤되자 박태영 지사가 비서진에게 '내보내라'는 손짓을 했고, 그 와중에 그는 헛발을 디디며 바닥에 넘어지기도 했다.

   
▲ 전남 도청 기자실에서 찍힌 동영상 캡쳐화면
이 상황은 주민대책위측 한 관계자의 비디오카메라에 온전히 기록되고 있었다. 당시 B씨의 옆자리에 앉았던 한 대책위원은 그에게서 술 냄새가 많이 풍기고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결성된 지역언론개혁연대는 출범선언에서 "지역언론의 자기반성과 개혁 없이는 지역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고, 지역언론에 대한 제도적 지원 역시 특혜로 전락할 것이 명백하다"면서 "지역언론인들이 지역언론개혁에 적극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개혁연대는 정부의 지역언론 지원에 관한 법제화의 추진과 함께 스스로의 개혁필요성을 제기하며 기자협회를 비롯해 언론관련 7개 단체가 지난 6월21일 결성한 조직이다.

대책위측이 내놓은 비디오를 반복해서 보며 씁쓸해지는 이유는 이같은 언론계의 배경과 B씨의 사례가 겹쳐진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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