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스페이스]광주 퐁피두센터, 그 기대와 우려
[오픈스페이스]광주 퐁피두센터, 그 기대와 우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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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기[소청심사위원장. 전 광주광역시 행정부시장]

우리 광주에도 파리의 '퐁피두센터'가 들어설 전망이 확실해 졌다. 노 대통령이 광주에 내려와 문화수도론에 대해 언급하면서 광주가 문화중심도시 혹은 아시아 문화예술의 메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기반시설로서 '퐁피두센터'와 같은 시설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중앙지원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퐁피두센터'와 같은 복합문화센터에 대해 아직은 광주에서 적절한 이름을 붙이기 전이니 광주 '퐁피두센터'라 해두고 보는 터이지만 그 이름이야 어찌되었든 기대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파리에 있는 '퐁피두센터'는 파리시민이나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대표적인 대중 문화공간이다. 하루 평균 2만5천명정도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시설로 파리의 명소가 된지 이미 오래되었다. 파리에서도 가장 누추한 거리, 창녀촌과 술집이 밀집해 있던 보부르(Beaubourg)거리를 재개발하여 지상 6층 지하 2층의 초현대식 건물을 착공 8년만인 1977년에 완공함으로써 이제 이 거리가 새로운 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퐁피두센터'건물은 외관부터 특이하여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투명한 유리벽을 통해 적색·청색·녹색의 긴 파이프와 철선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건물 안팎구조가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국제공모를 통해 설계된 이 건물은 밖에서 보면 마치 아직도 공사중인 미완성의 기계실이나 공장건물과도 같아 가히 파격적이다.

그러나 '퐁피두센터'가 세월이 갈수록 빛나는 것은 건물자체의 볼거리에서만이 아니다. 그 복합적인 기능의 다양성과 창조적인 프로그램이 시민본위에 격조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문화의 전당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현대작가들의 작품전이 계속 열리고 있는 현대미술관, 완전개가식 시민도서관, 씨네마데크, 음향·음악 연구소, 마이크로필름·비디오 등 최신 영상정보자료실, 창작활동센터, 산업디자인센터, 아동미술관 및 아동도서실, 회의장, 어학실습실 등 수요자 중심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일뿐더러 거의 대부분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라 하겠다.

광주에서 이와 같은 복합문화시설 구상을 구체적으로 추진한다면 그 기대 못지 않게 우려되는 바도 없지 않다.

첫째가 광주의 조급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비엔날레를 통해 이미 경험하였듯이 몇 년 내에 무엇인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초조감으로 졸속적인 시행에 쫓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문화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보다 성숙해 간다는 생각에서 멀리보는 안목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는 세계적인 걸작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초등학교 부지에 전시관위주로 또 하나의 미술관을 짓겠다는 식의 발상으로는 세계적인 관심을 끌만한 시설을 얻기 어렵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관부터 '세계제일 또는 세계유일'의 유니크(Unique)한 시설이 되어야 한다.

셋째는 미래지향적인 프로그램 준비이다. 지금의 10대나 20대가 장차 마음껏 문화를 향수(享受)하는 중심시설이 될 수 있도록 건물의 기능을 폭넓게 검토하고 그에 걸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나가야 한다.

넷째는 장소성에 대한 고려이다. '광주의 퐁피두'를 어디에 세우느냐에 따라 그 관심도와 관람객 유치가 달라지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왕에 추진하고 있는 도심활성화, 도심문화벨트 조성계획 등과 연계시켜 입지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특히 도청일대의 부지를 재개발 방식으로 확대 조성하고 그 부지에 상징적 시설을 집중 배치한다면 문화광주의 중심축이 형성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와 동시에 한가지 더 주문을 한다면 문화중심도시 건설에는 문화시설 확충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더 이상의 부연(敷衍)이 필요 없겠지만 문화도시에는 문화를 일상적으로 즐기며 살아가는 문화시민이 있어야 한다.

시민의식의 문화화, 행정의 문화화, 도시공간의 문화화, 문화행사의 고품격화 등이 고급 문화시설 확보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혹시라도 두세개 대규모 문화시설을 중앙에서 지원해 주면 문화중심도시 기반이 저절로 조성될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할까 보아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김완기(소청심사위원장. 전 광주광역시 행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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