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나?,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사람이야
[기자닷컴]나?,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사람이야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3.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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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기사가 나간 뒤 '항의전화'를 받는 경우가 있다. 특히 민감한 사안을 다룬 경우엔 거의 예외가 없다. 보도의 당사자는 오보나 사실왜곡인 경우엔 정정을 요구거나,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사실이 공개된 경우엔 일종의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보도에 대한 불만의 표시인데, 잘못된 언론권력의 횡포에 대한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언론사는 항의가 타당성이 있고,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면 당연히 정정보도나 반론문게재 등을 통해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해야한다.

이와 달리 '항의'를 넘어선 경우도 없지 않다. 부당한 압력이 그렇다.
지난 6일 아침, '시민의 소리' 편집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 5일자 보도에 대해, 대한일보사의 대표가 직접 건 전화였다. 그는 언론사의 대표로서 사회적으로나 법적 판례에서도 분명한 '공인'이었다. 20여분간 쏟아놓은 얘기들의 요지는 이렇다.

"나는 특정기업을 거론하며 '끝났다'라고 얘기한 적 없다, 내가 당신에게 그런 기사를 쓰라고 한 적 있느냐, '시민의 소리'가 뭔데 남의 신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느냐…."

한 언론사주의 反언론적 발언들
부당한 압박, 기자입을 막을 순 없다


그러나 이같은 얘기들은 '언론인'이면서도 언론적이지 못한 태도를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다. 스스로 얘기한 적 없다고 했던 주장은 그가 보는 앞에서 당시 기자의 취재수첩에 고스란히 기록됐다. 또한 그의 발언에는, 기사 작성은 기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지 취재원의 허가사항일 수 없다는 점이 간과돼 있다. 특히, 매체상호비평이라는 개념에 대해 그의 부정적 시각은 타 언론사에 대한 공격적 발언으로 이어졌다.

매체간 상호비평은 권력화 될 수 있는 언론계 내부에서 상호 견제와 비판을 통해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근 방송과 신문계에서 미디어비평기능이 확산되는 추세임을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의 전화는 반(反)언론적 표현에서 그치지 않았다. "난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사람이다"로 대표되는 그의 말들은 기자에게 심리적 위압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새신문이 기존의 관행을 깨뜨리고 중소경영인, 서민들의 입장에서 실물경제를 중심에 놓고 펼쳐가겠다는 창간포부는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신선하다. 하지만 자사에 불만스런 보도가 나갔다고, 언론사의 사주라는 공인이 쏟아내는 위협적 표현들은 언론자체에 대한 거부행위와도 같다.

그의 마지막 말은 "앞으로 다시 우리 신문에 대해 어떤 얘기라도 한다면 내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해서 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언론에 대해 잘 모르는 소리다. 기자의 입은 막아도 기사를 막을 수는 없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는 게 기자입문의 AB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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