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지방분권에 대한 오해 풀기
[투데이오늘]지방분권에 대한 오해 풀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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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호(광주대 언론홍보학부 교수)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과도한 중앙집권주의의 폐해는 오늘날 국가의 발전과 존립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심각하며, 그 대안은 분권과 자치, 그리고 그것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밖에 없다는 데서 분권담론은 출발한다.

분권을 올바르게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분권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와 두려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왜 새삼스럽게 분권과 자치를 주장하느냐는 의견이 있다. 지방분권은 단순히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거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분권은 한국사회 내에서 수도-비수도간, 지역간, 계층간, 도농간, 그리고 지역내 각 부문간 힘의 격차를 해소하고 균형을 달성하는 일이다. 분권은 광범하게 존재하는 다양한 비민주적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민주적 질서를 사회 전 영역에서 실천하는 일이다. 이제까지의 민주화과정이 형식적 민주화였다면, 분권과 자치는 실질적 민주화에 해당한다.

분권은 각 부문간 균형 달성하는 일

지난 10여년 동안의 자치가 별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더 이상의 분권과 자치는 지역의 기존권력과 토호세력의 권한만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기존의 자치는 각종 권한이 실질적으로 지방에 이양되지는 않은 형식적 자치에 지나지 않거나, 타치에서 자치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성격을 지녔다.

지방정부나 관료집단은 시민 위에 군림하는 전통적 자세를 탈피하지 못했고, 자치경험이 없는 수동적 시민들은 그들의 방종과 횡포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었다. 지금의 분권자치운동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자치의 중심주체인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활성화함으로써 지역권력을 적절히 통제하고, 나아가서 지역의 모든 주체들이 나서서 지역 공동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현재의 지역간 격차를 그대로 두고 분권을 추진할 경우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중앙집권을 강화해서 낙후지역에 대한 집중투자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견해는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하고, 특히 호남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견해가 내포한 모순은 명확하다.

현재의 지역격차가 초래된 가장 큰 이유는 박정희.전두환 독재체제의 지나친 중앙집권과 이들이 저지른 예산집행의 자의성과 편파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관성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현존하는 집권체제는 근원적으로 이제까지의 자의성과 편파성을 영속시키는 방향으로만 작용한다. 이것을 시정하기 위해 분권을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분권이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오해는 분권이 곧 중앙정부의 해체나 무력화와 같은 것쯤으로 오인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아마도 극단적 흑백논리에 젖어 온 우리 환경 탓이다. 분권이란 전 국토에 뇌출혈과 동맥경화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중앙정부가 독점한 권한을 지방에 분산시키는 것이다.

분권이 아무리 진행되어도 중앙정부는 끝없이 반분권적 자세를 가질 것이며, 따라서 중앙정부가 적정수준으로 약해지고, 결정자가 아니라 조정자로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지나친 집권체제를 깨는 것이 문제이지, 지나친 분권을 걱정할 단계는 절대 절대 아니다.

분권과 자치위한 훈련과 학습 필요

분권은 노무현정부에서도 여전히 탄탄대로를 달리지는 못할 것이다. 분권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이 엄존한다. 분권은 백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일이 아니라 잘 못 그려진 그림 위에다 새로운 그림을 덧칠하는 일이다.

분권은 한국사회를 지배해 왔던 그리고 여전히 강력한 중앙집권 지향적인 힘과 아직은 미약한 분권지향적 힘이 서로 치열하게 부딪혀야 하는 과정이다. 지방분권과 자치의 제도화도 어렵지만, 분권과 자치를 감당하기 위한 자치역량의 훈련과 학습, 그리고 실천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류한호(광주대 언론홍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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