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기자들부터 <본지 발행인 문순태. 광주대 교수>
언론개혁 기자들부터 <본지 발행인 문순태. 광주대 교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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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언론개혁의 운명이 어찌 될지 의문이다. 언론개혁이야 말로 우리시대에 주어진 역사적 최대 과제임을 잘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언론은 개혁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언론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정치·사회개혁도 불가능하다. 대대적인 언론사 세무조사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까지만해도 기대를 모았었다. 세무조사 결과를 언론개혁의 밑그림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탈세 비리가 있다면 투명하게 밝히고 비판 받을 것을 받아야 언론도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가 있고 진정한 의미의 언론자유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무조사에 대한 소식이 갑자기 뚝 끊겼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된지가 언제인데, 어디에 집중적으로 혐의를 두고 자료를 들춰보고 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과 발표는 고사하고 세무조사 자체도 흐지부지 끝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물론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일부 족벌신문의 강력한 저항이 있었다. 이에 편승하여 야당에서는 '야당 길들이기'라는 음모론을 들고나와 정쟁의 도구로 몰아가기도 해, 정부로서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개혁에 손을 대기에는 언론이 너무 비대해졌다. 생명에 위협을 느낄만큼 비대해진 공룡을 다이어트 시키는 일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언론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언론인들이 힘을 합해야한다. 먼저 정부는 철저한 세무조사와 이의 공개는 물론 언론개혁의 활발한 공론화를 위해 그 목적과 방향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할 것이다. 이와 함께 밖에서는 국민이, 안에서는 언론인 스스로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 18세기 산업혁명에 비유되고 있는 인터넷 혁명시대가 되면서 우리의 의식과 삶의 지향점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무엇이 진실이고 허위인가를 스스로 판단하고 그것을 말할 수 있는 투명한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언론은 아직도 권위와 오만과 위선의 가면을 벗지 못하고 있다. 보수의 발톱을 교묘히 숨긴 채, 여야에 대한 양비론으로 물타기를 하여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이에 한걸음 앞서 자사이기주의에 함몰되어 기득권지키기에 급급한가 하면 여론의 왜곡, 허위보도, 딴지걸기 등의 비열한 행태를 보여주었다. 사실 그동안 우리 언론은 정부의 온갖 지원과 특혜로 공룡처럼 몸집만 비대해졌을 뿐, 진실의 수호자 권력의 감시자라기보다는 진실을 호도하고 권력의 횡포에 대한 방관자 내지 공범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권력에 편입되기를 바라는 측면도 많았다. 언론이 국민 앞에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보다 언론 내부의 성찰과 반성이다. 소명의식 망각은 기자정신의 실종을 가져왔고 결국 오늘의 불신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이제 한국언론의 개혁은 기자들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자정신만 살아있다면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가 있다. 지금은 새로운 변화의 시대이다. 정치개혁을 비롯 사회전반적인 개혁을 위해 아주 좋은 기회다. 강조하거니와 한국언론의 개혁은 바로 기자들이 이루어내야할 역사적 당위이다. 새로운 시대 기자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도 기자정신의 회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언론은 더 이상 시대의 목탁이 아니라, 자장면 배달부와 같은 정보 전달자, 그것도 허위와 위선의 가면을 쓴 인터넷보다 늦고 썩은, 싸구려 정보 배달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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