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의 허상과 실체 -미국은 패한다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과 실체 -미국은 패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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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그을린 차에는 엄마와 어린 세 아이의 불에 탄 몸뚱이만 남아있고 깨진 차창엔 찢겨진 팔이 내걸려 있으며 머리는 따로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이것은 결코 연출된 엽기드라마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미국의 폭격으로 살육당하고 있는 이라크의 처참한 모습이다.

그런데 나는 이 사진을 보면서 폐허가 된 맨하탄 해변에 머리가 떨어져 나간 채 앙상한 잔해만 남은 자유의 여신상이 오버랩된다.
과연 세계 초일류제국의 멸망이 터무니없는 공상일까? 아니면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제국처럼 미국도 역사 속으로 사라져갈까?

분명한 것은 그동안 우리들 가슴속에 깊숙이 자리해왔던 미국에 대한 환상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에게 미국은 어떤 나라였던가?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자유의 나라, 풍요로운 기회의 땅,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오! 꿈의 나라'가 아니었던가?

'기회의 땅 '미국 환상 무너진 것 분명
나찌정권 선전상 괴펠스와 흡사한 언론들


2차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군의 일원으로 남한에 진주한 이후 미국은 6·25전쟁과 구호물자를 통해 고맙고 풍요로운 나라로 다가왔다.
미국의 이미지가 우리 뇌리에 긍정적으로 새겨진 데에는 무엇보다도 헐리우드 영화가 크게 작용했다.

인디언을 소탕하고 주민을 구하는 서부의 신사 존 웨인, 외계인의 습격에 맞서 지구를 구하는 무적의 용사 슈퍼맨과 배트맨, 혈혈단신으로 베트콩을 소탕하는 근육질의 영웅 람보, 슈왈츠제네거 등등...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성조기가 나부끼는 영화들을 보면서 미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키워왔다.

그런데 이라크전을 통해 미국의 허상들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평화와 테러위험 제거라는 명분으로 일으킨 전쟁은 결국 석유자원을 확보하고 중동에서 군사적인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술책으로 드러났다. 교황청은 "범죄행위"로 규탄하고, 국제사법재판소는 '불법 침략전쟁'이라고 규정한 가운데 국제사회가 온통 전쟁반대 목소리로 들끓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가공할 폭격과 함께 침공을 감행하였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유엔동의라는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모래폭풍이 불어대는 최악의 상황에서 전쟁을 도발했을까?

또 이라크에 진입하면 주민들이 몰려나와 환영해줄 것으로 믿었고, '충격과 공포'의 공습이 가해지면 겁에 질린 군부가 집단투항할 것으로 기대했다는 것이다. 정말 이처럼 유치한 수준의 정보력으로 엄청난 전쟁놀이를 벌였단 말인가?

광주를 내려다보는 자유의 여신상 ©김태성 기자

겉으로는 최강의 과학문명과 기술력을 갖춘 초일류국가라고 하는데, 실상은 엉성하고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실은 지난 9·11테러에서 여실히 드러났지 않은가?
최첨단 정보시스템과 완벽한 방호망을 자랑하던 미국이 자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팬타곤이 공격받고 국제무역센터가 2차례나 테러당하는 동안 아무런 대책없이 허둥대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언론은 어떠한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통해 언론자유의 신화를 만들어낸 미 언론이 정부의 입장만 앵무새처럼 충실하게 보도하고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다.
개전초기 후세인 사망설을 유포하다가 여의치않자 망명설을 퍼뜨리고, 이라크 주민들이 대거 피난길에 나서고 있다는 등 허위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자국에 불리한 내용은 싣지않고 유리한 정황만 부풀려 보도하는 저급한 애국주의 행태는 나찌정권의 선전상이었던 괴펠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묘하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라는 영화제목이 연상되는 것은 우연일까?

'내가 곧 정의'라는 미국의 독선과 오만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언론자유를 강조하면서도 자국에 불리한 알자지라 방송에 대해서는 취재를 봉쇄하고 민간시설인 이라크 언론사를 파괴하는 등 언론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자신들은 인체에 치명적인 네이팜탄과 열화우라늄탄등 수많은 대량살상무기를 민간인에게 무차별 쏟아붓고 있다.
자신들은 관타나모 포로기지에서 알카에다 포로들을 혹독하게 탄압하고 이라크 포로들을 대대적으로 방영하면서도 이라크의 미군포로 방영은 국제법위반이라고 비난한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짓이지만, 이처럼 야만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이 미국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인디언을 학살하고 피로 얼룩진 대지 위에 세워진 나라, 남북으로 갈려 사생결단 내전을 치뤘던 나라, 흑인과 백인간에 뿌리깊은 불신과 증오가 지속되고 있는 나라, 미국의 추악한 이면사를 들여다보면, 지금의 왜곡된 모습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샘 멘데스 감독의 '아메리칸 뷰티'에서 미국 중산층의 빗나간 욕망과 불륜을 보여주는 주인공 '레스터'는 미국의 허상과 실체를 잘 대변하고 있다. 이와같은 미국의 허상 뒤에 가려진 추악한 실상들이 오늘날 제국주의적 오만함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개봉된 마틴 스코시스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은 미국 야만의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미국은 야만의 시대에서 벗어났는가? 그들은 한국전쟁에서 100만회의 공습으로 250만명을 죽였고, 월남전에서 300만명을 죽였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000만명의 난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제 이라크에서 대량살육의 광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잔악한 학살을 스스럼없이 행하고 있는 것이다. '갱스 오브 뉴욕'과 다른 점은 무식하게 도끼와 작두를 휘둘러대지 않고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첨단무기로 공격한다는 점이다.

어찌됐던 이제 지구촌은 미국의 무차별 민간폭격과 오만한 위선에 대해 항의하는 반전반미 물결로 넘실대고 있다. 심지어는 9.11테러의 피해자인 뉴욕 시민들이 반대하고, 미국의 허상을 만들어왔던 헐리우드 영화인들마저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반전'열기를 내뿜고 있다.

허상의 실체가 드러나면 권위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전후 반세기동안 세계를 지배해왔던 미국의 허상이 깨지면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거대한 환상도 무너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반전분위기는 반미로 바뀌어가고 햄버거와 콜라, 청바지로 대변되는 미국제품이 세계도처에서 외면되고 있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도 수갑을 채워 체포하는 나라. 인류의 반전평화 요구를 일방적으로 묵살한 채 민간폭격을 감행하는 나라. 이것이 세계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임해온 미국이란 말인가? 미국의 도덕적 가치가 무너지면서 머지않아 미국의 철학과 사상, 문화 등 모든 것이 권위를 상실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솔직히 나는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패하기를 바란다. 이기더라도 진흙탕 싸움으로 질질 끌다가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서 끝나기를 바란다. 그래서 전쟁살인광 부시가 자기 아비처럼 내년 선거에서 참패하기를 기원한다. 왜냐고???

이번 이라크전은 국제사회의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도발한 침략전쟁이다. 남의 나라 자원을 약탈하기 위한 강대국의 광기와 폭거가 아무런 제재없이 이루어진다면, 그동안 우리가 믿고 추구해왔던 인류의 보편적인 양식과 희망은 사라지고 힘의 논리가 횡행하게 될 것이다.

아무도 못말리는 전쟁, 신과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살육 앞에서 온 인류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인류문명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된단 말인가?
이제부터는 주변에서 떼강도가 설쳐대도 비난할 명분이 약해질 것이다. 힘만 있으면 살인과 파괴마저도 용인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누가 이를 비난
할 수 있을 것인가.

인류참화 막기 위해 당장 할 일은
코카콜라,맥도날드 햄버거,헐리우드 영화 대신…


이라크의 무고한 어린이들이 포탄에 쓰러지고 있는데, 그 놈의 국익을 위한다는 실리를 내세우면서 미국의 승리만을 염원하는 세태가 살아있는 한, 더 이상 살인, 강도범죄를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힘이 정의이고 힘 앞에 모든 양심이 무력한데 이제는 힘을 기르는 것만이 최선이다. 헬스클럽 열심히 다니고 호신용 권총 한자루씩은 가지고 다녀야 할 것같다.

미국은 이번 전쟁결과에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 전쟁을 수행할 것이다. 첨단과학문명과 군수산업의 기반 위에 세워진 나라, 전쟁을 해야 경제가 돌아가는 나라, 미국은 필연적으로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제 미국의 위험한 전쟁놀음은 인류의 양심으로 더 이상 막을 수 없다. 오로지 미국을 지탱하고 전쟁을 뒷받침하는 경제력을 견제하는 길 뿐이다. 오늘 내가 마시는 콜라 한 병이 이라크 어린이를 학살하는 포탄으로 둔갑하고 있다.

인류의 참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당장 할 일은 코카콜라 대신 사이다 마시고, 맥도날드 햄버거 대신 국산햄버거 먹고, 헐리우드 영화 대신 국산영화를 즐겨보는 일이다. 무고하게 쓰러져간 이라크 어린 생명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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