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
[세상보기]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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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송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사무국장

결국 전쟁인가?
이라크 전쟁에 동원될 수많은 첨단무기에 대한 자상한 설명이 뉴스의 한 꼭지를 장식하는 그러나 정작 그 첨단무기에 쓰러져갈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더러운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적인 반전여론과 전쟁을 회피하기 위한 국제기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일강국 미국은 결국 평화를 위해 전쟁이라는 수단을 선택하였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인류는 몇 천년간을 전쟁의 도구를 완성하는 데에만 그들의 노력을 소비해왔다는 점에서 또한 과거 미국의 행적을 봤을 때 이번 미국의 선택이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인류가 최근 전쟁의 도구가 아닌 전쟁을 방지하는 방법들에 대해 생각해왔고 그러한 방법들이 결실을 맺어 가는 시점에 또다시 전쟁의 도구를 완성하려는 우매한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역사를 되돌리는 오만한 선택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난 십여년간은 국제적인 분쟁해결에 있어 새로운 분기점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아일랜드, 남아프리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과거 장기 분쟁지역들이 평화정착의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었으며 이러한 흐름에 있어 한반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또한 국제연합을 필두로 한 국제기구와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등장한 NGO들이 갈등중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국제연합은 아름다운 문화유적보다는 킬링필드로 더 유명해져버린 캄보디아의 재건에 나섰으며 코소보사태에 개입하여 제노사이드(genocide)방지를 위한 인도적 목적에 의한 국제기구의 개입이라는 선례를 남기기도 하였다.

NGO들은 초국적, 국가적, 시민 사회적 수준에서 범죄 발생 이전에 그것을 방지하고, 분쟁을 평화적으로 변형시키도록 협상하고, 범죄가 빈번한 사회들을 돕는 등의 일들을 위해 더욱 더 많은 전문성을 키워왔고 갈등 중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러한 전쟁을 회피하고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수단에 대한 모색과 실천은 미흡하기는 하지만 인류역사에 있어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의 추구라는 새로운 시도라는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이라크에서도 이어져 UN 무기 사찰단의 활동, 각국의 NGO들이 주도한 국제적인 반전시위,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반전평화을 위한 인간방패 지원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전쟁결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구축은 일단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 비록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구축이 어려움에 처하기는 했지만 한가지 명백한 사실은 미국이 추구하는 전쟁을 통한 평화실현은 그저 미국의 바램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전쟁은 증오와 갈등을 부를 뿐이다. 전쟁이 평화를 불러올 수는 없다. 평화는 평화적 수단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전범재판에 회부될 사안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미국의 일방적 전쟁결정을 보며 중국 진나라의 조고(趙高)가 진시황의 뒤를 이은 이대황제(二代皇帝) 호해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속여 바친 일에서 유래한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가 떠오른다.

'지록위마'의 위세를 떨치기는 했지만 조고도 비참하게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위압적으로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끝까지 억지를 부릴 수는 없는 것이다.

'악의축'은 미국의 일방적 지정으로 결정될 일이 아니다.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구축이라는 지구촌시민들의 목소리가 전쟁의 파고를 잠재울 그 날을 기약하며 전쟁의 참화로 고통받을 이라크 국민들에게 진정한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해본다!

/김희송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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