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을 거둬라!
야만을 거둬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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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이 현실화되고야 말았다. 전세계의 반전 열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라크에 최후통첩을 함으로써 이제 우리는 역사상 가장 야만적인 전쟁을 지켜봐야 할 판이다. 이번 미국의 이라크공격은 최소한의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반인륜적인 범죄행위이다.

미국이 이라크 공격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테러집단과의 연계설, 대량살상무기 개발설 등은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증명되지 않았다. 지난 몇 주일간 전세계에서 수천만명이 참가한 반전시위의 열기는 평화적 해결을 염원하며 야만을 거두라고 촉구했지만 우리는 이라크에 최후통첩을 하는 부시의 섬찟한 얼굴을 보며 절망해야 했다.

이번 전쟁은 91년의 걸프전에 비해 10배가 넘는 폭탄이 투하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최첨단 무기들은 바그다드에 융탄폭격을 퍼부을 것이고 민간인 지역에 대한 공격위협도 서슴지 않는다. 유엔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의해 약 50만명이 사망하고 이라크 국민의 4분의 1인 74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하니 이러한 야만이 어떻게 정당화 될 수 있단 말인가?

최후통첩을 하는 부시는 이라크 국민들에게 '해방의 날'이 다가왔다고 선전하고 이라크의 민주화와 중동의 평화를 이루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소가 웃을 일이다. 나는 50만명의 죽음을 대가로 얻는 평화를 들어본 적이 없다. 주권국가를 뚜렷한 이유도 없이 침공하여 수십만의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민주화나 평화가 입에 올릴 법이나 할 말인가? 부시는 세계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근본주의 기독교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하나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하는 기독교의 십계명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50만명 죽음과 맞바꾼 '평화' 의미 없어
한국정부의 지지성명도 '또 다른 야만'
전쟁반대, 평화실현 목소리 높여야


중동의 석유와 패권에 눈이 먼 미국은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승리할지는 모르겠지만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불러올 뿐이다. 오늘의 전쟁은 더 큰 테러위협과 반미감정, 국제적 위상추락 등의 부메랑이 되어 미국의 심장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주체할 줄 모르는 힘의 논리앞에서 문명과 양심이 거부당하고 야만이 득세하는 오늘의 상황은 절망 그 자체로 보이지만 그것은 또한 서서히 끝을 향해 달려가는 제국주의의 몰락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야만은 가까이에도 있다. 비록 비전투병이라고는 하나 명분 없는 이라크전쟁에 지지를 표명하고 병력을 파견하겠다는 우리정부의 방침은 미국의 야만적인 이라크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또 다른 야만이다. 국제정치의 현실논리 앞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을 일이 아니다. 이라크 공격으로 더욱더 오만해진 미국이 다음 상대로 북한을 선택한다면 전쟁의 위협은 바로 우리의 코앞에 다가오게 된다.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동참하고 나서 어떻게 국제사회에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기정사실화 되었다고 해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보다 더 광범위한 전쟁반대 여론을 조직해 낼 수 있을 때 그나마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전쟁반대! 평화실현! 이라크파병반대! 계속해서 크게 외쳐야 할 때다.
야만을 거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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