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 붙자 !!
지난 3월9일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이 한판 붙었다. 평검사들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검찰 고위직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겨서 검찰인사위원회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우선 고위급 검사 인사를 검찰 인사위원회에서 하는 것은 인사의 대상들이 심사위원으로 포진되어 있어 부적절하며, 시간적으로 불가하므로 우선 대통령의 소신대로 고위급 인사를 단행하고, 향후에 제도를 보완하여 인사위원회를 통해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양측의 주장은 한결 같이 개혁을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그 개혁의 방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었다. 검찰은 검찰의 중립성 보장을 위해 대통령 첫 인사부터 독립적인 인사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고,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현 검찰 지도부의 물갈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런데, 이 토론회를 보고난 국민들 반응은 대통령에게는 박수를, 검사들에게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검찰이 대통령과 토론하는 자세가 야당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청문회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대통령의 개인적인 약점, 친인척에 관한 문제 등 토론의 큰 줄기와 상관없는 폭로성 질의를 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통치권을 위임 받은 대통령에게 공무원인 검찰이 의도적인 타격을 입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 것이다.

다음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요구하면서 당장 검찰총장에게 인사권을 달라고 하는 것이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 지난 대선 전에 현 야당의 후보의 승리가 대세를 이루어 가던 시기에 많은 검찰의 고위 인사들이 야당에 줄을 대고, 정보를 주었었다. 그러나, 대선 결과는 그러한 예측을 벗어났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사실에 대해 신분의 불안을 느껴 조직의 총체적 저항을 시도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토론회에서 기수와 서열을 중시해 달라는 말은 검찰에게서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당초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검찰 조직이 크게 반발한 것은 기수와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 조직의 특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파격적으로 무너뜨린 인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주 배경이었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조직이 기수와 서열을 파괴하며, 능력위주의 인사를 하여 조직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나서고 있는 시대적 추세에 그러한 주장은 명분을 잃었고, 검찰 조직 스스로 국민을 상대로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사적인 관계와 기수나 서열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여성 법무부 장관인 강금실이 검찰의 개혁을 이루는데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인사 대상인 검찰 지도부가 검찰 인사위원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위원회를 통한 인사는 부적당하다는 대통령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사위원회를 통한 인사시스템을 갖추자는 검찰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제도적인 보완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검찰과 대통령의 토론회를 통해 검찰 개혁의 화두를 국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정치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리라 판단되며, 검찰은 토론회에서 주장했던 정치적 중립을 스스로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검찰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