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대가설재판' 가닥잡혀
'공천대가설재판' 가닥잡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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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태 광주시장의 '14대총선 공천대가설'보도관련 재판에서 신임 재판부가 언론의 공익성에 무게를 두고 심리를 진행, 결말을 향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변현철 부장판사)는 3일 오후 광주지법201호 법정에서 본지 양근서 기자(35)와 당시 대안매체공동취재단 김대성씨(35)에 대한 선거법위반관련 5차 심리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의 실체는 정치권에서도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힘든 것"이라며 "이 사건의 본질은 박시장의 공천헌금배달설 자체에 대한 사실확인이 아니라, 양근서 기자가 실제로 윤재걸씨에게 '14대 총선당시 박시장의 공천헌금대가설'을 들었는가에 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윤씨의 양기자에게 전달여부만 사실확인하고, 나머지는 양기자의 보도 목적이 공익적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심리는 바로 종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이 기존의 공천헌금대가설의 실체를 밝히는 것에서 보도의 공익성여부로 이동했음을 의미하는 발언이다.

따라서 윤재걸 전 (통합)민주당수석대변인, 권노갑 전 민주당 고민 등 거물급 정치인들의 잇따른 증인출석에 이어 박광태 광주시장의 출석예정으로 관심을 모았던 그동안의 재판이 의미가 없어지고 일시에 해소될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재판부가 심리과정에서 "선거국면이었던 당시의 정황 등을 볼 때 이 기사가 사적 목적이 아닌 게 분명하다"고 말한데 이어"선거관련 정치권의 문제는 언론으로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사안이고 외국에서는 선거과정 등 공익적 목적을 가진 언론보도를 대상으로 소송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말해 기사의 공익성 여부에서도 피고측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재판부의 전향적 태도에 대해 일각에선 "언론보도 관련 재판이 공익성 여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혹시 재판부가 이번 재판을 간단히 끝내고 나머지 문제는 당사자간 해결할 일로 미루려는 것은 아닌지"하는 우려의 시각도 내놓고 있다.

신임 재판부 "정치헌금실체 재판본질 아니다"
공익보도 전제, '취재원에게 실제 들었나'에 초점
윤재걸씨, "그런 얘기가 돌고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재판부는 이날 "당시의 보도에서 다뤘던 공천헌금관련 실체적 진실여부가 확인되면 좋을 텐데 그게 법정에서 증언으로 밝혀지기 힘들 것"이라며 "때문에 심리를 더 이상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해 서둘러 재판을 마무리지으려는 의도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박광태 시장은 이 사건의 실체와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며 박시장에 대한 변호인측의 증인신청도 직권 취소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재판파장에 대한 이같은 우려는 일부 언론보도에서 마치 윤씨가 양기자에게 '박광태의 공천은 공천헌금의 대가'라고 단정적인 얘기를 전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도 한몫을 한다. 이렇게 되면 이 재판은 보도의 공익성여부를 밝히는 것으로 간단히 끝나고, 이후 정치인들간 또다른 소송이 재현될 수도 있음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 재판의 본질로 상정한, 윤재걸씨가 양기자에게 실제 '공천헌금배달설에 대해 얘기했는가'의 여부는 지난 1월20일 법정증언을 했던 윤씨의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윤씨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근서 기자가 전화를 걸어와 14대 총선당시 '박광태공천헌금대가설'이 민주당사에 광범위하게 유포됐다던 게 사실이냐고 묻길래 '비슷한 분위기와 소문이 있었다'고 말해줬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는 또 "양기자가 14대총선과 그로부터 10년 뒤인 6.1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박광태 행적의 공통점을 포착한 감각에 공감했고, 공익적차원에서 필요하다 싶어 이같이 얘기해줬다"고 말했었다.

따라서 당시 윤씨의 법정증언을 통해 볼 때, 양기자는 윤씨에게 이 이야기를 들은 것이 사실이나, 이때 양기자가 윤씨에게 들은 것은 '박광태의 공천헌금대가'라는 단정사실이 아닌 '설'이었고, 양기자는 이를 기사로 재구성했던 것이다.

한편, 양근서 기자등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박광태 광주시장 후보가 지난 92년 14대 총선에서 광주북갑 공천을 받은 배경으로 '공천헌금 전달 대가설'을 보도해 박 후보측으로부터 고소당했다. 다음재판은 3월27일 오후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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