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너! 지금 행복하니?"
[세상보기] "너! 지금 행복하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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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인 광주YMCA 화정복지센터 간사

요 근래에 이런저런 일들로 불편했던 마음을 내 차도 알았는지 늦은 퇴근시간 귀갓길에 갑자기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배터리가 방전된 모양이다.

보험회사 쪽에 전화해서 응급처지라도 받을까 하다가 그만뒀다. 비용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요즘에 유행(?)하는 에너지절약도 할겸 버스시간이 약간은 여유가 있지 싶어 승강장으로 향했다.

인사이동이 있은 후 화정동 쪽으로 첫 출근이라 정확한 버스 노선을 몰라 우선 감으로 60번 버스를 탔다. 운전사에게 정확한 버스노선을 확인하여 옮겨 탈 요량으로... 오치동 한전에서 내려 666번 버스를 타면 된단다.

"아자씨! 375번 갔으까아~?, 갔으문 큰일인디"
"글쎄요. 저도 방금 내려서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인자라도 오문 나한테 소리잠 해주씨요이. 어찔때는 안스고 금방 가분당께에"

뭔가 한 짐을 지고있는 초로의 할머니가 아무래도 양산동 어디쯤 375번만 가는 시골마을로 가는 막차를 기다리는 것이랴. 그 할머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왠지 처량해 보이는 모습이 사뭇 요즘 찹찹한 나의 처지와 비슷해 보여 괜한 연민까지 느꼈다.

내가 기다리는 666번 막차버스를 (큰맘먹고)그냥 보내고 한참을 더 기다려 할머니가 기다리는 375번 버스가 왔다. 할머니는 가고, 6번 버스를 타면 내려서 집까지 약 1km정도 걸어야 하지만 오랜만에 흐뭇했다. 아니 근래에 힘들었던 나의 마음에 파도처럼 진짜 '행복'했다.

어느 드라마에선가 이런 대사가 있었다. '너! 지금 행복하니?'
사귀던 이성친구가 갑자기 다른 사람과 결혼해버린 후 나중에 서로 우연히 만나서 그 이성친구에게 궁금함 반, 배신감 반의 감정이 교차하는 자조적인 질문이었던 것 같다. 최근에 난 소위 시민운동을 하는 실무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너! 지금 행복하니?"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우리동네(광주)가 요즘 좀 조용한 것 같다. 특히 시민단체들이 그렇다. 연초라 '새로운' 사업들을 준비중일까? 아니면 새 정부가 들어섬에 따른 기대와 우려, 그리고 새 내각에 대한 인물들의 하마평으로 연일 바쁘실까? 아니면 늘 발생하는 실무자들의 이직현상으로 다들 고민하고 계실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시민단체의 실무자로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끊임없는 업무, 적은 인건비, 열악한 근무환경과 복지, 때로는 결말 없는 사업들, 그리고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시민들의 무관심 등..., 어딜 봐도 우리 실무자들에게는 행복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그러한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해내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좀 비약 같지만, 서두에서 언급했던 나의 작은 경험처럼 사소한 일이라도 시민을 위해서, 대중을 위해서 자신의 '현장'을 지키며 일하고 땀흘렸을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요즘같이 조금 한가할 때 시민단체가 서로간에 모여서 자신들의 현장에 대한 논의도 좀 하고, 구역(?)에 대해서도 서로 의견을 나누면 안될까? 서로간의 발전을 위한 연대와 소통, 지역의 패러다임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건 어려울까? 이러한 과정 역시 우리에겐 '현장'이 아닐까?

봄이다. 그리고 신학기다.
어디 방송에 보니 초등학교 6학년 형들이 막 들어온 1학년 동생들을 업어주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해맑은 웃음처럼 우리 시민단체에도 신학기가 왔으면 좋겠다.

/정종인 광주YMCA 화정복지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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