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외양간 소 두번 잃지 말자
[세상보기] 외양간 소 두번 잃지 말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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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 누리문화재단 사무국장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사건으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다. 더군다나 이번 사태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지하철공사의 조직적인 은폐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당국의 허술한 사건현장 수습과 사후 대책 방안 모색을 바라보는 유가족들은 비통함을 넘어 분노마저 표출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다. 그러나 최선의 안전장치를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사고는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러한 사고에 국가가 100%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민들은 최소한 정부 당국의 진심어린 사죄와 위로,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후속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원할 것이다.

그런데 사고현장에서 통곡하는 유가족들의 아픔은 뒷전이고 조화에 새겨진 이름을 잘 보이게 배치해달라고 청탁성 압력을 넣기 바쁜 높은(?)분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씁해진다.

대형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면 모두가 난리법석이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극에 달했다느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 구축의 부재니,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여 우리는 어떻다느니 하면서 각계의 전문가를 동원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내놓기 바쁘다. 그리고 그때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듯이 우리의 기억속에 잊혀지고 만다. 지하철 화재 참사 사고가 난지 불과 며칠 후에 대구 도심 한복판에서 광고물 탑차가 전신줄에 얽혀 전봇대 여러개가 도로에 넘어져 하마터면 또다른 참사가 날뻔했던 것이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 속담이 있다. 내·외부의 어떤 악조건이 닥치더라도 소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외양간을 설계, 건축, 감리까지 원칙과 규정에 의해 설치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책이겠지만 한번 소를 잃어버린 것은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다시는 소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외양간을 안전하게 고치는 것이 차선의 방책일 것이다.

그리고 외양간으로 비유되는 사회안전망이나 시스템 구축은 정부당국의 몫이라 하더라도 그 외양간이 튼튼히 고쳐지는지를 감시하는 것과 일상 생활에서부터 언제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하여 경각심을 갖고 주변을 살피는 것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공동체의 존속을 위한 우리의 몫이다.

책임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숨기기 위해 급급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래도 아직은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지역과 계층, 연령을 초월해 함께 슬픔을 나누고 아픈 상처를 감싸안으려는 애도의 마음과 추모의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범죄, 안전불감증에 의한 삼풍백화정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대형 참사를 우리도 언제, 어느때 겪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사회에 살고 있다. 설마 나한테 그런일이 있으랴, 나만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 아이와 가족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시 한번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를 당한 유가족께 진심으로 애도를 마음을 전합니다.

/이기훈 누리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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