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vs비비>지역신문에 지역스포츠가 없다
<시시vs비비>지역신문에 지역스포츠가 없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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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조선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현대인의 여가시간은 오락으로 채워진다. 오락은 재미를 통해 불필요한 시간을 죽인다. 대중매체 속의 오락은 진지하지 않은 것을 이용한 부드러운 테러다. 오늘날 미디어 스포츠는 오락의 선두에 서 있으며, 모든 일간신문에서 부동의 고정란을 차지하고 있다. 광주 지하철 공사장에서 안전사고로 인부들이 죽어나가는 사건보도보다 농구시합에서 삼성화재가 현대건설을 눌렀다는 보도가 훨씬 더 중요하고 크게 보도된다. 해태 야구단의 하와이 전지훈련 모습은 광주·전남의 그 어떤 사건보다 높은 뉴스가치를 가진다. 박찬호와 박세리의 승전보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1면 머리기사로 등장한다.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배달된다는 것과는 다름) 신문은 스포츠 신문들이다. 스포츠 신문에서 스포츠 기사가 중시되는 것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신문들은 스스로 돈벌기 위한 신문이라고 표방하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러나 중앙 종합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은 지방 종합신문에서 스포츠가 매일 최소 두 면의 지면을 차지한다면 문제가 있다. 신문발행의 목적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당히 지면을 채워 광고수입을 올리는 것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이 지방 신문들이 광주·전남 주민들의 여론 형성이니 문화창달이니 하는 허망한 말들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직도 뉴스의 반 이상을 연합뉴스로 때우는 이 지역 신문 제작자들에게 스포츠 면을 없애거나 줄이라고 주문하는 것은 미안하고 부질없는 일이다. 그러나 기왕 스포츠를 다루려면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스포츠를 기사화 하면 어떨까 한다. 예를 들면 동호인 스포츠나 생활 스포츠를 다루어 이 지역민들의 건강관리와 시간죽이기에 공헌했으면 한다. 물론 이 지역 공설운동장이나 체육관에서 일어나는 스포츠도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곰탕에 곰이 없다는 사실은 무심코 지나쳐 갈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신문에 이 지역 스포츠가 없고, 그 대신 미국이나 서울에서 일어나는 스포츠만 있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외국의 지방신문의 스포츠란은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스포츠 행사로만 채워진다. 그렇다면 이 지역 신문들은 이 지역에 날마다 무슨 스포츠 행사가 있느냐고 역공할 것이다. 새벽 6시에서 밤 10시가 넘을 때까지 각급 학교운동장, 테니스 코트, 수영장, 체육관, 주택가 뒷동산에서 매일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찾아 한 마디씩만 취재해서 보도해도 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백과사전이 나올 수 있다. 독일 외무부 장관(요시카 피셔)이 달리기를 통해 비만을 해결했다는 기사는 있지만, 광주·전남에서 자기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들은 전혀 보도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가 뉴스가치 이론을 들먹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국 최다를 자랑하는 이 지역 신문들이 살아 남을 길 하나를 제시해 본다. 독자를 기다리지 말고 독자를 찾아가라는 것이다. 이 말은 학연, 지연, 구독 미끼 상품 들고 찾아가라는 것이 아니다. 이 지역민들의 숨소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들으라는 얘기다. 박세리와 삼성화재가 전라도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숨소리는 건강하 고 힘차다. 그들을 찾아가면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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