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광주문화수도론 이렇게 생각한다'
김승환-광주문화수도론 이렇게 생각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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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의 첨예한 문제 중의 하나가 광주문화수도론이다. 광주 지역은 예향(藝鄕)의 지역적 정체성을 토대로 하여 몇 년 전부터 광주문화수도론이라는 담론을 한국사회에 제출했다. 구체적으로 문화부를 광주에 배치하며 여러 부속기관과 실제적인 문화예술의 장치를 광주에 담아보자는 문화전략을 세운 바 있다.

그런데 이것은 광주의 도시성격을 규정짓는 것이면서 동시에 다른 지역에 대하여 차별성을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논의는 분권과 분산이라는 21세기 남한의 사회사적 필연성과 연관되어 있다.

서울 지역의 비정상적 비대화와 독점, 그리고 다른 지역의 종속과 식민의 역사적 모순을 타파하려는 의지가 곧 분권과 분산이다. 그러므로 행정수도의 이전이나 분권 분산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 모순을 해소하고 지난 시절의 식민성과 종속성을 해체하면서 새로운 국민국가 체제를 만드는 민족의 기획이다. 때문에 이 문제는 탈식민, 탈종속, 탈중심, 해체와 같은 역사적이고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볼 때 광주문화수도론은 민족과 국가의 기획을 실험하고 실천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서 매우 중요한 의제(議題)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고 위험한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광주가 문화와 예술의 수도라고 자처하는 것은 좋다. 광주가 지역적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 전략을 가지기 위하여 문화예술을 내세우는 것은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행정적이고 정치적인 차원에서 문화수도가 된다는 것은 그 의미를 오히려 퇴색시킬 위험이 있다. 다 분석하고 생각했겠지만 문화와 예술로 도시의 정체성을 가질 때, 경제 정치 교육 산업 건설 등에 대한 영역의 약화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도 간단치 않다.

행정·정치적 '문화수도'는 의미퇴색
타지역 상대적 박탈감 고통도 고려를


문화로 행정을 하고 문화로 경제와 교육을 한다는 문화적 전략이 훌륭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문화적 기획이 통용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광주가 문화수도를 자처하고 실천했을 때 다른 지역은 상대적인 박탈감과 고통을 가지게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만 한다.

나는 여기서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을 빌려오고자 한다. 잘 아는 것과 같이 에드워드 사이드는 서양인들이 동양에 대한 그릇된 인식으로 자기 자신들을 훈육하고 규정하면서 동일체로서의 서양문명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었음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그런데 서양은 그것을 바탕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경영하면서 이번에는 동양에게 <동양은 신비하고 정신적인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동양인들은 <신비하고 정신적인 동양>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고 또 스스로 재교육하여 이제는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통용되고 있다. 광주문화수도론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시절에 정치와 경제와 행정을 포기하라는 남한의 패권적 압력을 보상하는 정치사적 개념이 바로 '예향'이다. 결론을 말하자. 나는 광주가 문화예술의 수도로 자처하고 또 도시적 정체성을 문화에서 찾으며 문화전략으로 21세기를 기획하는 것을 지지하고 찬성한다. 하지만, 문화부를 광주로 옮기고 문화예술 관련 기관이나 인적자본을 광주에 집결시키는 것은 반대한다.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문화수도론은 좋지만 행정적이고 정치적인 문화수도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혀도 좋겠다. 계속하여 빛고을 광주가 민족사에 큰 희망을 주기를 기원하면서, 초봄의 향기가 남녘을 질러서 청주에 이르는 어느 날에.

(http://web.chungbuk.ac.kr/~whan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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