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예금자, 은행에 가면 '찬밥'?-(2)경제논리 먼저
소액예금자, 은행에 가면 '찬밥'?-(2)경제논리 먼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들 수익논리-"고액예금주 3%가 은행수익 80% 창출, VIP 우대. 소액예금주 차별은 당연"/ 서민들은-"선진금융기법 중 쉬운 돈벌이만 도입"// 조흥은행은 지난 1년여 동안 고객 예금과 은행 수익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예금이 많은 3%의 고객이 은행 전체 수익의 80%를 창출하며 예금이 적은 75%의 고객은 오히려 수익의 20%를 까먹는다고 분석했다. 국민은행도 상위 고객 12%가 전체 은행 수익의 80∼90%를 기여한다며 나머지 고객은 이들 고액 예금자들이 받을 혜택을 뺏고 있다고 해석한다. 은행 경영에도 80대 20의 법칙이 작용하는가. 은행에 내 돈을 맡기는데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것도 적은 돈에는 이자를 주지 않는다. 통장에 일정금액을 유지하고 있어야 이자를 받는다. 적은 돈은 아예 받아주지 않는 은행도 있다. 이 같은 은행들의 움직임에 대해 서민들의 눈길은 곱지 않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서민들로선 은행 문턱 넘기가 더 힘들어졌다. 서민에 대한 차별이라며 반발한다. 내 돈을 맡기면서 은행 눈치를 살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은행들의 반응은 대충 이렇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시로 맡기고 찾는 요구불 소액예금은 운용수익보다 유지비용이 훨씬 더 많다. 은행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의 경우 월평균 잔액이 1백만원은 돼야 은행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 소액계좌나 오랫동안 거래가 없는 소액휴면계좌를 관리하는 것은 은행에 오히려 손해다." "수수료가 고객 서비스 비용을 부담하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창구에서 한번 입출금에 드는 비용이 인건비를 포함해 평균 1천5백원에 달하고 있어 5만원, 10만원 단위의 소액예금은 관리비용만 높일 뿐 은행수익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해석이다. 은행도 장사인 만큼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은행이 당장의 이익만을 생각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조장하고 있다. VIP 고객에게는 적지 않은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거래 과목에 따라 수수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주기도 한다. VIP고객상담센터를 설치하고, VIP클럽을 운영하는 은행도 있다. 반면 소액예금자는 은행에는 아예 얼씬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 창구에서조차 반기지 않고 자동화기기로 내몰리는 푸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은행에 따라 급여통장을 갖고 있는 근로자나 18세 미만의 미성년자, 65세 이상의 고령자, 인터넷통장 가입자, 은행에 정기예금을 들고 있는 고객은 무이자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어쨌든 은행간 무한경쟁이 고객 차별화를 심화시키고 서민에겐 은행 거래비용의 상승 부담을 주게 된 셈이다. 은행 경영을 제대로 못한 책임을 서민에게 지우는 것 아닌가. 선진금융기법을 내세운 경제 논리 앞에 빈곤한 서민이 설 땅은 좁아지기만 한다. 이제 고객은 주거래은행을 정해놓고 신용카드 결제와 공과금 이체 등 각종 거래를 집중시키는 것이 은행 이용시 받게 되는 불이익을 피해 가는 요령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