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는 마을의 보배-충효분교
우리학교는 마을의 보배-충효분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학교가 마을 보배래요"/ 광주의 마지막 분교 '충효분교'/ 전교생 35명 교직원 3명인 '미니학교'/ 한때 폐교위기...주민 함께나서 살려내/ 농삿일 부모대신 가정역할까지/ 고학년 형들이 후배 돌보며 같이수업/ 방과후엔 컴퓨터 풍물 마음껏/ 그곳에선 아이들이 커간다 '꿈'이 자란다//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벨소리가 없는 학교. 일정한 틀 속에서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무거운 가방을 들고 피아노, 컴퓨터, 논술 학원 등으로 달려가는 학생들이 없는 학교. 교문이 열려있는 동안 체육·컴퓨터·풍물 등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학교. 학생과 교사가 '가족'이라는 말을 실감하며 함께 생활하고 있는 학교. 이곳이 바로 지난달 24일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로부터 '아름다운 학교'로 선정된 충효분교의 모습이다. 학교를 찾아 무등산을 넘어가는 동안 켜놓은 차안 라디오에선 "며칠사이 황사현상으로 날씨가 어두운것 처럼 요즘 교육현실도 참으로 암담합니다" 어나운서 멘트에 이어 최근 비리로 구속된 교직자가 다시 교장으로 임명돼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서울 상문고 사태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교육 현실에 대한 한숨도 잠시, 충효분교를 들어서자 눈길을 잡는게 있다. 교실로 들어가는 복도문에 붙은 '입춘대길'-. 학교 복도에 '입춘대길'이라, 여느 학교와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스쳐 지난다. 광주동초등학교 소속인 충효분교는 전교생 모두 합쳐봐야 일반 초등학교 한반 정원에도 채 못미치는 35명. 선생님도 문관식, 윤영동, 한선희교사 세사람이 전부다. 학생수가 적은 탓에 수업도 2개 학년이 복식 수업으로 진행된다. 학년이 다른 학생들이 함께 공부를 하는 것이 불편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미술시간이 되면 6학년이 5학년 그림을 도와주고, 점심 시간엔 1학년들의 식판을 고학년들이 정리해준다. 윤영동교사는 "이곳은 학생-교사라는 말보다 가족이라는 말이 훨씬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학교 분위기를 설명해준다. "주민 90% 이상이 농사를 짓고, 결손 가정 아이들도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 가정의 역할까지 해주려 노력하고 있읍니다" 동초등학교 분교지만 거리가 멀어 본교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해 폐교 대상이 되었던 충효분교를 다시 일으켜 세운 문관식교사의 이야기다. '학교를 지켜야 한다'는 문교사의 신념과 이를 함께 한 주민들의 의지가 충효분교를 '아름다운 학교'로 만드는 뿌리 역할을 했다. 더 나아가 하나된 이들의 생각은 학교 수업보다 학원에서의 1-2시간 수업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현실의 모순도 깼다. 충효분교에선 수업이 끝난 후 가방을 들고 학교문을 나서는 학생을 찾아 볼 수 없다. "선생님 저 컴퓨터 할꺼예요" "선생님 우리 체육해요" "선생님 풍물실 문 열어 주세요" 이곳은 학생들에게 교과서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차라리 일요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소리가 나올 정도다. 컴퓨터실과 풍물실은 충효분교의 크나 큰 자랑거리다. 도심 아이들은 쉽게 인터넷 세상에서 헤엄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충효동 아이들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문교사는 학교에 13대의 컴퓨터를 설치, 학생들에게 개방했다. 또, 자체 검정 시험까지 실시하며 학생들에게 타자 연습을 시킨 결과 이제 충효분교 전교생은 교사들과 E메일로 과제를 받고 제출할 수준까지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풍물소리는 영혼을 일깨우는 소리'라고 믿는 충효분교 학생들은 충효동을 대표하는 '풍물패'로써 '우리소리'를 지키는 데도 한몫 하고 있다. 광주에 마지막 남은 분교에 다니는 꿈나무들. 똑같은 지식을 가르쳐 똑같은 틀로 순위를 매기기 보다는 '나의 모습'을 지키며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교사와 학생이 함께 움직이는 학교. 이것이 바로 학부모들이 보내고 싶은 학교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