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디즈니랜드를 유치하자
[투데이오늘]디즈니랜드를 유치하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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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호[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21세기 호남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기만 하다.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된 호남지역은 여전히 그 경제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지역의 기반산업인 농업의 경우 시장개방의 압력이 몰아치면서 그 미래가 너무도 암담하다. 급격한 도시화와 이농현상으로 농촌은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땅, 차마 고향을 등질 수 없는 노인들만 남아있는 곳으로 되고 말았다. 전라남도의 노인인구는 전국평균의 2배에 달하며, 지금의 추세로 보아 인구가 200만 이하로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호남지역은 사람을 끌어 모아야 산다. 이 지역 주민들이 외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하고, 외지 사람들이나 외국인들도 와서 살고 싶어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지역의 미래가 희망을 갖기 위해서도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디즈니랜드를 유치하는 일이다. 기왕이면 디즈니랜드라야 한다. 그 비슷한 것으로는 안된다. 월트디즈니가 직접 투자해야만 다른 지역과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가령 순수 국내자본으로 디즈니랜드 수준의 거대한 위락시설을 광주 인근에 설치했을 경우 과연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겠는가.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디즈니랜드라는 브랜드가 아니면 매력은 떨어진다. 최고의 브랜드, 최상의 시설로 승부를 걸어야만 사업도 성공하고, 그 확산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디즈니랜드의 효과는 막대하다. 그것은 생산성과 파급효과가 큰 오락산업으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관광산업의 중심이자 전진기지가 되며, 광주지역 국제화의 발판이 되고,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그 위상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디즈니랜드 같은 위락산업은 기술집약적이면서 동시에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고용유발효과와 이윤율이 매우 높다. 1983년 개장한 일본 동경의 디즈니랜드는 15년만에 2억3천만명, 20년만에 약 3억명 정도가 방문하고, 1년에 최고 2000만명 가까운 사람이 입장했으며, 일자리 창출효과만도 10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경 디즈니랜드는 1999년 순이익이 1백50억엔(1억4천4백만 달러)을 기록했다.

2006년에 문을 열 홍콩의 디즈니랜드도 비교적 소규모이지만 연간 600만명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즈니랜드에서 소비되는 각종 상품과 식품의 생산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디즈니랜드는 다양한 문화의 종합판으로 21세기의 중심산업으로 일컬어지는 문화산업, 영상산업, 정보산업, 광산업이 결합된 다양한 형태의 문화생산물을 보여 준다.

더욱 중요한 것은 디즈니랜드가 지역 관광레저산업 발전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즈니랜드에서 직접 무엇을 얻자는 것보다는,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남지역의 관광자원은 무공해 청정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산업적 효과는 미미하다. 게다가 자원들은 각기 개별적이고 분산되어 있으며, 이것들을 하나로 묶는다는 컨셉과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결여되어 있다. 대량의 관광객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만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투자나 상호연계시스템도 가능해진다. 디즈니랜드를 통해 사람들을 모으면, 그것을 거점으로 지역 내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종합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에너지가 형성될 수 있다.

디즈니랜드는 문제도 많다. 그것은 미국식 상업문화의 상징이요, 전통문화를 파괴하며, 사람들을 문화적으로 소외시키고, 비현실적인 상상의 세계를 제공하기도 한다. 디즈니랜드가 과연 광주 가까이에 투자를 할지도 의문이고, 그에 상응하는 투자를 지역에서 감당할 수 있을지도 문제이며, 호남지역이 과연 그 유치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지역의 활로를 위해서는 좀더 창의적이고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투자가 필요하다. 홍콩은 장기간 계속되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디즈니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 프로젝트에 투자한 비용이 29억달러(3조 5천억원)에 달한다.

홍콩은 디즈니랜드 유치를 위해 40여만평 규모의 대지에 개간, 매립, 사회간접자본 확충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디즈니랜드를 통해 초기에 1백90억 달러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비용 대비 수익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투자의 불균형은 당연히 수익배분비율로 연결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늦으면 다른 지역에 선수를 빼앗긴다. 디즈니랜드에 최상의 투자조건을 제시하고 하루빨리 건설하자. 디즈니랜드를 통해 최상의 즐거움과 판타지를 제공함으로써 호남지역은 젊음이 숨쉬는, 젊은이들이 동경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연인들이 꿈꾸는 듯한 눈길로 호남고속전철을 타고, 초.중.고등학교 수학여행단이 관광버스를 타고 설레는 가슴을 안고 광주를 향할 때 지역감정의 멍에도 상당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류한호(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새 필진

▲류한호(광주대교수) ▲문병란(전 조선대교수) ▲안진(목포가톨릭대교수) ▲이민원(광주대교수)▲정규철(전남여고 교사)▲정근식(전남대교수)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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