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가정폭력 부부간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보기]가정폭력 부부간의 문제가 아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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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숙 광주여성민우회 사무처장

최근 개그우먼 이경실씨의 가정폭력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각 방송사의 메인 뉴스에서는 이 내용을 속보형식으로 취급하며 연일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이야기 한다.

가정폭력의 사회적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따로 통념따로, 사회적 통념은 여전히 가정폭력의 문제를 부부간의 문제로 한정짓고 가정사는 가정에서 취급되고 해결해야 함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정폭력의 신고를 받으면 긴급 출동을 해야 할 경찰도 전화를 받고 부부간의 일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든가 출동을 해서도 폭력행위자의 언성에 못이기는척 살그머니 그 자리를 비켜간다는 일선 경찰의 솔직한(?)심정이 표현되기도 한다.

2002년 사법부 연감에서는 이혼원인의 1/4이 가정폭력임을 밝히고 있다. 이는 이혼재판의 과정에서 밝혀진 수치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적으로 여성들이 가정일이다고 여기며 밝히기 꺼려하거나 이의 발설을 빌미로 더욱 강도가 강해질 가정폭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밝히지 못한다는 것을 추측해본다면...

참고로 모방송사에서는 여성들이 10분에 한명꼴로 가정폭력을 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1997년 이미 '가정폭력방지 및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법과 제도가 존재하나 우리의 의식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구체적인 행위로 나타나기까지는 그 길이 아직도 멀고 험한 것 같다.

서로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부부의 연을 맺고 자녀를 출산하여 한사람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다른 한 사람은 어머니라는 이름을 가지고 가정이라는 둥지를 틀어 살아간다.

남편은 아내를, 부모는 자녀를 내것으로 취급하며 내것을 내맘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라며 가정에서 일어나는 각종의 폭력을 사적인 것으로 취급하고 국가를 비롯한 타인이 간섭하거나 아는체 해서는 안되는 것인양 생각되는 사회적 의식이 가정폭력을 막아내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정폭력을 당하는 당사자나, 행위자뿐만 아니라 이를 조치할 의무가 있는 일선의 경찰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고 처리하지 않으면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가정폭력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며 영원히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국가에서도 현재의 가정폭력특례법을 더욱 강하게 개정해야 할것이며 가정폭력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상담소, 보호시설, 의료기관 등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야 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경찰서등 사법처리 기관에서도 가정폭력의 폐해와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가정폭력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단체등에서는 현재의 법이 현실에서도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감시활동을 전개하고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을 위한 각종 사업과 상담들을 통한 피해자지원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전진숙 광주여성민우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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