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당선자 정체성 훼손하는 `정치적 해결`
노 당선자 정체성 훼손하는 `정치적 해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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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적 이미지훼손…과정된 표현도 서슴치 않아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를 지난 대선 과정에서 지지했건, 지지하지 않았건 간에 지금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각인된 공통분모는 “이제는 과거와는 다른, 뭔가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다. 한마디로 “낡고 병든 구시대를 청산하고, 진정한 개혁으로 명실상부한 노무현의 새시대를 열어달라”는 국민적 합의에 다름 아닌 것이다.

`노무현의 시대` 혹은 `노무현 세상`이라고 불러도 좋을 향후 5년의 그의 집권기간은, 그래서 참된 변화와 개혁이 봇물을 이룰 국민적 기대로 충만해 있다. 어떤 네티즌들은 `하늘이 진정한 개벽세상을 열기 위해 노무현을 우리에게 보내주셨다`는, 다소 과장된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노당선자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다는 뜻일 게다.

최근 김대중 정부의 `대북 비밀지원설`과 관련, 노당선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모모 인사들로부터 `정치적 해결`이라는 용어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건대, 이같은 정치적 해결 운운은 노무현 당선자의 개혁적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대단히 불유쾌한 언사가 아닐 수 없다. 노당선자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훼손하는 이러한 유형의 정치적 용어나 정치적 접근이야말로 낡고 병든 구시대적 잔재이기 때문이다.

노당선자가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김영삼 전대통령을 찾아가 그가 준 시계를 내보이며 거기에 얽힌 내력을 얘기했다가 혼쭐난 기억을 벌써 잊었는가. 말로는 `원칙있는 개혁`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전혀 개혁적이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은 낡고 병든 구태를 반복한다면 국민들은 다시 한번 노당선자로부터 등을 돌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말로는 원칙있는 개혁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전혀 개혁적이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은 낡고 병든 구태 반복


`정치적 해결`이라는 용어에 담긴 최측근 인사의 사려 깊은 해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남북관계 등 국익을 먼저 헤아려달라는 그 인사의 초당적 주문을 몰라서도 아니다. 국민들이 먼저 원하고 있는 것은 발상의 대전환이기 때문이다. 노당선자가 당선된 제일 큰 정치자산은 무엇보다도 `원칙 있는 정치` `원칙있는 개혁`이라는 사실을 이쯤에서 측근들은 한번 더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점과 관련, 유인태 정무수석 내정자가 “이래서야 `국민정서법`을 통과할 수 있겠느냐”고 한 말은 그 의미가 자못 심장하다. 국민정서는 곧 원칙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해결`의 맞은 편에는 `법적 해결`이라는 또 다른 정치용어가 도사리고 있다. 법 앞에선 만인이 평등할진대 `정치적`이라거나 `법적`이라는 수사가 앞에 붙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요, 반민주적인 접근이다.

잘 알다시피 어느 나라나 사회를 막론하고 그 나라 그 사회를 떠받치는 원칙이라는 근간이 있게 마련이다. 정치권이 먼저 `법적 해결`을 앞세운다면 거기서도 문제가 발생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검찰` `정치하수인`이라는 뿌리깊은 국민들의 검찰불신이 자리하고 있는 한, 이같은 접근도 결코 지혜로운 해법이 되지 못한다.

문제의 핵심은 주인된 국민들이 `대북비밀지원설`의 실체적 진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김대중 정부는 우선 국민들에게 `대북비밀지원설`에 대한 자초지종을 정확하게 보고해야 할 원초적 책무부터 다해야 한다. 변죽만 울려놓고 `국민들이 먼저 안다`는 식으로 연막부터 피울 일이 아니다. 국민을 먼저 파는 정치권 행태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너무도 식상해 있는 탓이다.

온갖 `설`을 구체적 `사실`로서 국민들에게 보고하고 확인시킨 다음 국민들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그것이 바로 노당선자가 강조하는 `원칙 있는 정치` `원칙 있는 개혁`과도 맞아떨어지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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