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다시 내 마음의 벗들에게
[오늘과내일]다시 내 마음의 벗들에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2.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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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준[언론인. 전 언론노련 사무처장]
지난 해 마지막 날, 시민의 소리 편집장으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내가 쓴 글들이 1년동안 시민의 소리에 게재된 칼럼 가운데 가장 많이 클릭되었다는 것입니다. 방송기자가 '글'을 쓴다는 일에 어색함이 남아 있던 터여서, 반가웠습니다. 올해부터는 좀 더 자주 쓰자는 '시민의 소리'의 제안에도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편집장의 다음 얘기가 마음 편치 않았습니다. 그 글들 가운데 최고 클릭을 기록한 것이 '시민후보 운동의 오만과 실패'였다는 것입니다. 하필이면 그 글인가. 시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운동의 동지'들을 비판한 글이어서 늘 마음 한 쪽 미안함이 있던 글입니다.

물론 시민후보운동을 비판했다고 해서 '운동'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퇴색한 것은 아닙니다. 나는 그 후 올바른 운동만이 이 사회의 '희망의 조건'임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 내친 걸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오늘 이 지역의 '운동'에 대해 토론하는 것으로 새 칼럼 '오늘과 내일'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노무현 후보 당선이후 이 지역의 운동진영은 '정치개혁'이란 화두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 합니다. '새로운 리더십 창출'이라는 구호가 선명합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리더십'은 누구입니까? 오늘 이 지역의 '운동'은 과연 '새로운 리더십'을 자임할 만합니까? 이 지역의 '운동'은 시민들로부터 민주당을 대체 할 만한 '새로운 리더십'으로 인정받고 있습니까?

'지역운동'은 새 리더십인정받고 있나

   
지난 해 선거에서 우리는 가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벽에 부딪친 자치연대의 실패. 뒤 이은 광주북갑 보궐선거에서는 원로운동가가 이름없는 변호사보다 더 적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운동의 정통임을 인정받는 후보도, 경제전문가를 내건 무소속 후보보다 뒤떨어진 평가를 받았습니다. '운동'을 무조건 신뢰하고 지지했던 80년대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느껴야 했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습니까?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운동'은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나는 운동의 하방(下方)을 주장해 왔습니다. 운동이 시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스스로 '리더십'을 자임한다면 시민들과 신뢰의 거리는 더욱 벌어질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광주의 운동이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무엇 하나 당당하게 내놓을 만한 성과가 없었습니다. 보해소주문제나 광주시금고문제는 더 철저히 파헤치고 개선해야 했을 일들입니다. 문제를 제기했다고 해서 할 일을 다한 것은 아닙니다. 성명서 몇 장 냈다고 해서 세상이 그리 쉽게 바뀌겠습니까? 이런 일들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흐지부지 되어갔던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시민단체 출신의 광주시의회 의원들도 지난 해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시금고문제가 의장선거를 둘러 싼 파벌싸움으로 변질되면서 시민단체 소속 의원들이 특정은행의 특혜를 주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그들이 시민운동을 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시민운동'은 선거에 나서려는 사람들에게 달아주는 녹슨 훈장이 아닙니다. 운동은 그들에게 개혁적 활동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치감치 치켜 든 '새로운 리더십'의 깃발은 아무래도 섣부릅니다. 잘 따져보면 리더십 - 곧 권력- 의 창출은 정치의 영역입니다. 운동과 정치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합니다. 카이저의 것은 카이저에게로. 운동은 '정치제도'의 개혁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하고 '권력의 창출'은 정치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시민운동가는 정치를 하면 안된다는 편협된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훌륭한 운동가들이 많이 정치의 세계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정치를 개혁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분명한 입장 정리가 있어야 합니다. 후배 운동가들로 운동권이 차고, 넘치는 선배들이 정치로 나아간다면 더 할 수 없이 좋은 구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운동과 정치를 적당히 걸치려는 기도가 있다면 우려스럽습니다. 이는 운동을 정치만큼이나 혼탁하게 만들 것입니다.

'권력창출'이 운동의 영역되지 않기를

조급함이었을까? 선거도 없는 올해 초, 정치권보다 먼저 운동진영이 정치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나선 것은 그 타당성을 생각해 볼 일입니다. 어쩌면 오늘 이 지역의 운동권은 과잉정치화 되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해의 실패를 보아야 합니다. 내년의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올해는 본분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각 단체마다 자기의 전문영역에서, 그리고 힘겨운 일은 모두 힘을 합해서, 참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투데이칼럼에 참여해온 정병준님이 새 고정칼럼 '오늘과 내일'로 여러분께 다가갑니다. 독자여러분들의 계속된 성원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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