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사냥꾼 이야기- 언론편
[기자닷컴]사냥꾼 이야기- 언론편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3.02.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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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뛰어들라고 했다.
반면 사냥꾼을 떠나보내는 그의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더욱이 어쩌면 그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사냥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면 사냥꾼은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언론개혁의 대표적인 운동가가 개혁을 명분으로 상업방송의 사외이사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선 호랑이 사냥에 나선 사냥꾼의 비장함보다는 남겨진 가족과 마을 주민들의 안타까운 시선이 더 커보인다.

지난 5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는 대표적 언론개혁 활동가 한일장신대 김동민 교수와 광주대 임동욱교수가 SBS의 사외이사로 추천받은 사실을 보도했다. 지난달말 SBS측이 이들을 추천했고, SBS의 윤세영 사장의 오너체계성격상 오는 14일 총회의결을 거치면 이들의 사외이사직이 그대로 확정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김동민 교수와 임동욱 교수의 사외이사 관련 보도는 언론운동계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김교수는 서울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서울민언련)의 이사이면서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집행위원장,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공동대표를 역임했고, 임교수는 서울민언련의 정책위원장이자 광주전남민언련의 의장이기 때문이다.

언론개혁의 입장에서 상업방송은 늘 비판의 대상이었는데, 언론개혁의 대표주자들이 자신의 소속조직과 상의도 없이 논란을 안은 채 호랑이굴에 뛰어든데 대한 찬반이 엇갈렸던 것.

언론운동가 임동욱 교수 SBS이사로
"호랑이 잡으려다 이용당할 수도" 우려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루겠다'는 김동민 교수의 입장에 대해 '새정부와의 관계설정을 노리는 SBS의 정략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게 언론운동계의 우려였다.

   
▲ 임동욱 교수

특히 임교수의 경우 이지역 유일한 언론운동단체인 광주전남민언련을 이끌면서 지역언론운동의 대명사가 되어왔던 점을 감안할 때 그의 SBS행은 지역언론계에서도 관심의 초점이 됐다.

임교수는 5일 오마이뉴스의 보도가 나온 뒤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외이사에 대한 생각은 김동민 교수와 같은 입장"이라면서 "서울민언련 집행위원회의에서 조직적인 논의를 거친 뒤 거취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튿날 회의에서 임교수는 민언련의 집행위원장직을 내놓고, SBS사외이사직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임교수는 앞서 지난해 언론정보학회장에 선임되면서 광주전남민언련의장직도 내놓았다. 하지만 오는 17일 열릴 총회에서 새 의장을 선출하기 전까지 공식적으론 의장인 상태다.

호랑이사냥은 사냥감이 목숨 걸만큼 큼직한 놈인가의 문제부터, 자칫하면 오히려 사냥꾼이 잡아먹힐 수 있다는 우려도 안고 있다. 또한 더 영악한 호랑이라면 발톱을 숨긴 채 사냥꾼을 앞세우고 마을로 내려와 더 많은 먹이를 노릴 수도 있음이다. 때문에 이번 사냥꾼의 호랑이굴 행은 사전에 거쳐야할 다양한 논의들이 빠진 탓에 불가피한 잡음에 휩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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