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요람 우리가 되찾겠다"
"장애인의 요람 우리가 되찾겠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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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필 사회복지연구소장을 만나다

광주에 유일한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심하게 내홍을 앓고 있다. 지난 9월 복지관 관계자들의 성추문 논란으로 시작된 내부 갈등은 점점 악화돼 직원 부당해고, 공금유용 의혹으로 이어져 현재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를 지켜보던 광주장애인총연합회 34개 장애인단체는 복지관 사태수습과 정상화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시와 그 책임자들에게 2월 11일까지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당시 기자회견은 대표 세명만 참석하기로 했으나 총회를 마친 단체 회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앞장 서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그만큼 이들에겐 장애인종합복지관 문제가 절박한 사안이었다.

"이곳은 단순히 모임갖고 즐기는 공간이 아니라 '장애인의 요람'인데 15년 묵은 권력이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았으니 장애인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겠습니까?" 자신 또한 장애를 갖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문상필 사회복지연구소장. 때문에 그는 비대위 활동을 비롯해 언론에 직접 나서는 등 만사 제쳐두고 복지관 문제 해결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복지관 문제를 처음 접했을 때는 조용히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장애인 문제는 누군가 해줘야 풀어줘야 한다는 인식보다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복지관 내부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권력 싸움으로 번졌다. 문소장이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언론 보도가 한쪽 입장으로 치우쳐 전달되는 것이었다.
"권력 싸움이라 A와 B 주장이 분명 대립될텐데 무조건 한쪽만 잘못했다고 볼 수 없잖아요. 복지관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내 입장에서 보기에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내가 직접 나서서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죠"

광주장애인종합복지관 이대로 둘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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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선 장애인 단체가 나선 것에 대해 복지관 운영 욕심 때문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하지만 문소장은 "절대 그것은 아니다"고 단언한다.
"복지관 문제 불똥은 결국 장애인들에게 옮겨와요. 일반인들 이번 사태 지켜보면서 장애인들 왜 저러나 생각하거든요" 문소장은 장애인들이 복지관 문제를 직접 들고 일어선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에게 개혁의 주체로 나서라면 그것 잘못된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광주시는 복지관 문제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모든 운영 책임을 재활협회에 맡겼기 때문에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며 방관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재활협회장과 복지관장은 복지관 일련 사태에 대해 재활협회에 사업본부를 설치해 계속 운영하기로 했으며, 지금까지 벌어진 일에 대해선 모두 불문에 부치고 직원들에게 신분상의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합의를 했다. 문소장은 "이같은 해결책이 광주시가 바라던 것이었냐"고 되묻는다.

문소장과 장애인들 입장에선 언론과 광주시 모두 복지관 문제를 바라보는 접근 방식부터 달랐다. "현상적인 모습으로 판단하고 해결책을 찾아요. 15년동안 썩은 줄기를 그대로 주고 썩은 나뭇잎만 잘라내면 끝인 줄 안다니까요" 이는 현재 장애인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한계이기도 하다. 때문에 장애인들은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는 것.

"재활협회 등 상대방이 약해져서 장애인들이 권리를 찾고 강해지기 보다 장애인 스스로 강해져서 진정한 발전을 누릴 수 있어야죠" 비대위가 이번 복지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남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때문에 2월 11일 광주시와 책임자들이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시 장애인들은 시청 앞 대규모집회, 복지관 점거농성, 책임자 출근 저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권리를 되찾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가 움직이는 것은 일반인보다 몇배 더 힘든 일이예요. 그만큼 큰 결단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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