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나는 사람들
책으로 만나는 사람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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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삶을 살다간 두 사람 최흥종과 명노근 지난해 가을 두 사람의 멋진 남자를 만났다. '화광동진의 삶'과 '지고지순 순애보'라는 책을 편집하면서…. 나는 그 계절 내내 그 분들과 신나는 데이트를 했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호기심과 시기심이 날 정도로 난 재미있게 그 분들과 이야기하고 때떄로 킥킥거리고 한 수 세상사는 법을 배우기도 하며 감탄하고 고개 끄덕이고…. 지금은 직접 만날 수는 없는 두 분. 최흥종과 명노근, 두 어르신들이다. 두 분은 여러모로 닮 은 점이 있었다. 물론 굉장히 다른 부분도 있다. 지독히도 민감하고 열정적이고 실천적이고 매우 저돌적인 성격이시다.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한 예수그리스도의 삶을 따르는 실천가들이었다. 목사와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한편으로 광주YMCA라는 기관을 중심으로 사회활동을 하면서 또 당시의 광주라는 지역사회의 한 복판 에서 역사의 부름에, 소외된 민중의 욕구에 철저히 응답하면서 사셨다. 그들에겐 자신에게 이 익이 되는지에 대한 헤아림이나 계산 속은 없이 여러 가지로 일 저지르기를 좋아하시는 분들 이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단위 앞에서 그분들의 삶은 외형적으로 철저히 다르다. 오방 선생님은 아 내와 가족은 그의 삶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고 방해만 되는 대상으로 여겨져 일치감치 그들 을 외면하였고 사회에서 소외대상이 되었던 나환자와 결핵환자들과 기거하며 지내셨다. 반면에 명노근 교수는 누구보다 먼저 가족을 생각하였다. 모든 일에 우선하여 아내와 자녀를 사랑하였다. 가족에 대한 부분은 아마도 두 분의 개인적 경험에 연유해서 다른 태도를 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이 실천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종교적인 사명인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신 사람 사이의 사랑'을 온전히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었으리라. 나는 사실 그분들이 사회적으로 이루어 놓은 업적에 매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두 분의 삶의 태도, 인간성에 매력을 느꼈다. 화끈한 열정,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행동, 결단, 옳다는 일 앞에서의 투지, 어찌 보면 묘한 오기로까지 보여지는 투쟁의식, 그러면서 다른 한편 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창틀의 여유, 당신들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 앞에서는 가장 어린애 같은 여린 감성, 이 시대의 마지막 낭만주의 연애지상주의자, 휴머니스트. 하기야 그런 열정이 있었기에 가시는 날까지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그토록 혼신을 다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 그 두 분이 무척 그립다. 또 다시 그 어른들을 만나고 싶다. 그래서 난 또 찾아 헤맬는지 모른다. /한신애(광주 YMCA이사) *** '화광동진의 삶'(사단법인 오방기념사업회)은 '오방 최흥종 선생 기념문집'으로, 광주YMCA 창 립의 원동력이었던 오방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광주YMCA 창립 80주년을 맞아 발간 됐다. '지고지순 순애보'(도서출판 밥상)는 '명노근 서간집'. 대학교수로, 사회운동가로, 광주 민 주화에 앞장섰던 명노근 교수 추모 1주기를 기념해 지난 1월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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