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광주에서 바라본 대선>-광주 전남의 민심은 위대했다.
[기고]<광주에서 바라본 대선>-광주 전남의 민심은 위대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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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섭[호남대 인문학부 교수]

▲ 신일섭 호남대 교수
12월 19일 오후 6시 광주 도청 앞 광장은 조용했다. 6시 정각 각 방송사에서 발표한 16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출구조사 발표는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앞섰다. 많은 시민들은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 보다 확실하고 자세한 결과를 기다렸다. 어둑한 도청 앞은 여전히 수많은 버스와 택시, 그리고 시민들로 평상시와 같았다. 그것은 마치 태풍전야와 같은 고요함이었다. 아직 정막은 깨뜨려지지 않았다. 도청 광장의 분수대 앞에 설치된 방송중계차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약간 앞서 있었다.

그러나 밤 8시 30분을 넘어서 노 후보가 이 후보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소위 역전이 시작된 것이다. 불행하게도 노무현 후보의 고향인 경상도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훨씬 앞서고 있었다. 배타적 지역주의라고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경상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제치고 앞질렀다. 손에 땀을 쥐는 게임과 같았다. 밤 9시 넘어서 두 후보간의 득표차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시각각으로 전해오는 뉴스는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확실시하기 시작했다.

도청 앞 분위기는 서서히 술렁거리면서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광주 전남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90% 이상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이미 시민들은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기정 사실화했다. 손에 손을 맞잡고 피켓과 깃발을 내걸고 흥분에 휩싸인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온 시민들의 당선축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노사모 회원들이 정렬하게 줄을 이으면서 당선분위기를 돋구었다.

이제 국민의 선택은 끝났다. 역사 앞에서 부끄럼 없는 실천만이 남아있다. 광주 전남은 소위 '노무현 바람'(노풍)의 진원지였다. 노무현에 대한 선택과 절대적 지지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21세기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것이었다. 부정부패와 지역주의, 연고정치를 타파하라는 소리없는 명령이었다. 지금까지 DJ, YS 시대에 이룩한 형식적 민주주의를 이제 실제 내용적으로 완성하라는 주문이었다. 광주 전남의 주문과 선택, 지지는 전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민심의 향방이었고 드디어 돌풍과 같은 새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6.13 지방자치 선거에서 참패를 딛고 일어선 노 후보의 처절한 노력과 투지의 결과였다.

폭력없는 시민혁명 정치개혁의 시작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총성없는 정치혁명이다. 그것은 또한 폭력없는 시민혁명이자 선거혁명이다. 이 땅의 새로운 정치개혁의 시작이다. 온 국민의 긴장과 초조함 속에서 진행된 이번 대선 과정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듯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배반과 변절, 기회주의와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현실의 비정함 속에서 원칙과 소신, 신념과 진리의 눈물겨운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역사는 결국 진리의 편에 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 주였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오늘의 영광이 있기까지 이 땅에 새로운 정치실험을 보여주었다. 구태의연한 밀실정치의 형태를 벗어나 국민경선에 의한 투명한 후보자 선정과정을 거쳤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정치지평을 열어 주었다. 지금까지 이 땅의 정치형태는 폐쇄적인 닫힌 정치와 지역할거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

노 당선자는 구시대의 정치형태를 벗어나 투명하고 개방된 공정한 절차적 민주주의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의 정상을 차지하였다. 노무현 당선자 자신이 그 동안 몇 차례 스스로 지역할거주의를 타파하고자 온 몸으로 희생을 감내하면서 모범을 보여 주었다. 자신을 불사르는 선구자적 희생과 지도자적 모범이었다. 그의 희생과 모범은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뿌려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온 국민의 새 지도자로 탄생한 것이다. 21세기 디지털 혁명시대 온 국민의 진정한 대통령이 될 수 있기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기원한다.

/신일섭(호남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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