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수채통 추억과 음식물 쓰레기
[세상보기]수채통 추억과 음식물 쓰레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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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간사

시골이 고향인 어떤이가 도회지로 유학을 혼자 자취생활을 했다. 시골에 계신 아버지가 자취집을 찾아오실 때 면 오자마자 확인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개수대 수채통이라 한다. 밥풀이라도 발견되면 귀한 음식을 버렸다 해서 그 날은 무릎꿇고 심한 꾸중듣기를 감내해야 했다고 한다.

음식을 버리는 것을 죄악으로 여겼던 것이다. 이는 우리회원이 들려준 본인의 이야기이다. 못 먹고 못살았을 때나 그렇지 요즘같이 풍요로운 시기에 이런 사람이 아직도 있을까 하고 다들 의구심을 가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이라 해서 음식물을 낭비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일일까? 음식물 쓰레기는 경제적 손실일 뿐만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큰 문제이다.

환경부 보고에 따르면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4조 7천억원이다. 또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연 4천억원을 사용한다. 이는 자동차 수출액에 맞먹고 월드컵경기장 70개 이상을 지을 수 있는 금액이라 하니 쉽게 가늠이 되는가?

생활쓰레기의 23%가 음식물쓰레기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하면 질소와 유황 화합물에 의한 악취 발생과 해충번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쓰레기가 썩은 더러운 물인 고농도 침출수가 발생하여 토양 및 수질 오염의 문제를 유발한다. 소각시에도 음식물쓰레기의 특성상 불완전 연소로 각종 유해물질을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

광주시는 아파트, 분리배출 의무사업장에서 배출된 음식물쓰레기를 사료화 처리를 하고 있다. 일반 주택과 의무사업장 이외의 업소에서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는 매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5년부터는 음식물쓰레기의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다.

광주시는 지난 8월 제2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설 설치 등 타당성 조사 용역 보고회를 가졌다. 용역결과 내용이 음식물쓰레기의 자원화 시설이 아닌 소멸화 방식인 하수병합처리방안으로 집중되어 있어서 우리 환경연합을 비롯한 광주의 환경단체는 이의를 제기 한바 있다.

용역 보고회를 참관하면서 개인적으로 또한 번 느낀 점이 모든 쓰레기 문제가 그렇듯 최선의 방법은 애초에 발생량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재사용,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물쓰레기문제도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해결방안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한다.

가정에서는 과도한 상차림을 자제하고, 그냥 버려지는 재료를 없게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음식점이나 유통업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이다. 발생 비율이나 양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중의 하나로 민·관·업이 음식물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한 관련단체간 자발적 협약을 지난 5월에 체결했다.

음식업소의 이행사항으로는 음식종류별 반찬가짓수 제한, 적정량(소량)제공, 가능한 한 공동찬기 사용, 음식량에 따른 가격의 다양화 등이 있다. 소비자들의 음식문화에 대한 의식변화도 필요하다.

푸짐한 상차림을 선호하기 보다 적정량만을 주문하고 먹지 않을 음식은 미리 반납하는 등 남겨지는 음식물이 최소화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제가 아닌 자발적 협약인 만큼 음식업주나 일반 시민들이 스스로 실천하고 노력할 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도 적극적이고 꾸준한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음식물쓰레기를 포함한 쓰레기문제는 나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쓰레기가 치워져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서 문제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들 현명하리라 믿는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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