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채 의원- 허지사에 보내는 공개서한(전문)
정동채 의원- 허지사에 보내는 공개서한(전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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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채 국회의원[민주당·광주서구]
정동채 민주당 광주시지부장이 23일 오후 허경만 전남도지사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시민소리닷컴'에 띄웠습니다. 시민의 소리 편집제작진은 이 공개서한이 '시도통합 그 이상을 생각하자'는 창간특집 취지에 부응하는지를 고민하였습니다. 자칫 정치인들의 이전투구를 부채질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공개서한을 통해 시장, 지사.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정으로 고민을 하는 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들을 전적으로 믿진 않지만, 때론 신뢰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해서 조금 지루한 글이긴 하지만 공개서한 전문을 그대로 싣기로 하였습니다. 서한 말미에서 쓰인 것 처럼 '두 분이 등산이라도 하며, 시도통합을 애기했으면 합니다. 정치적으로 말고, 주민과 광주시, 전남도를 위해. - 시민의 소리 편집진 ======================================================================
전남도지사께 보내는 공개서한


존경하는 허경만 지사님 !
도정을 이끄시느라 노고가 많으신 지사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건강하실 줄 믿습니다. 어제 지사님의 기자회견문을 잘 읽었습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제가 대강 짐작한 바 였습니다.

지난 세월, 지사님의 시·도 통합 추진 노력이 "광주시와 시의회의 반대, 그리고 광주시민의 무관심과 정부의 외면으로 무산되었다"고 하신 데 대해, 지금 저로서는 무어라 말할 입장이 아닙니다. 다만 저에 대한 부분, 곧 "그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씀에 대해서는 느끼는 바가 큽니다.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당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도청이전문제로 광주시가 들끓고 있는 요즈음에도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제가 집권당의 광주시지부장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사님 ! 사람들은 전남도청이 지금 남평까지 갔다하고 혹은 드들江을 건넜다고도 합니다. 지사님의 회견문에서도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건넌 江은 얼마든지 되돌아 올 수 있습니다. 되돌아오는 길은 막혀있지도 않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강보다 넓은 바다를 막은 대규모 국책사업까지 백지화되거나 유보상태에 빠진 사례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시화호 담수화 계획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87년부터 시작되어 6천억원 이상이 투입된 이 계획은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얼마 전 백지화되었습니다. 91년 11월 시작된 인근 전라북도의 새만금 간척사업 역시 바다를 가로막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지금까지 1조 3천억원을 쏟아 부었는데도 현재 국회에서 그 효용성을 따지는 논란에 다시 휩싸이고 있습니다.

영월 동강댐 계획도 기본·실시설계까지 마쳤으나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이밖에도 국가사업이 당초 계획에서 후퇴, 변경, 백지화된 예는 많습니다. 지사님 ! 전남도청은 착공까지에는 아직 시일이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일단 이런 계획을 중지하시고 광주시와 다시 협상하실 것을 권고 드린 것입니다.

보상이 끝난 67%의 토지, 그리고 양수받게 될 간척지, 이미 확보된 국비예산 615억원은 제 생각으로는 첨단과학 정보산업, 해양생명산업 또는 문화예술성을 가미한 관광거점지역으로 목적을 전환하여 개발하신다면 엄청난 부가가치로 전남도를 살찌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고용증대에도 획기적인 성과가 따르리라고 생각됩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나 남해안 관광도로와 연결하고 망운국제공항과 연계한다면 사업은 반드시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사님 ! 전남도청에 소요될 2조 5천억원은 전남과 광주의 미래를 좌우할 엄청난 예산입니다. 이 예산을 제가 말씀드린 사업에 투자될 수 있다면 필연코 놀라운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사실 지난해 정부의 예산 당국자는 광주 국회의원들에게 전남도청 이전사업의 타당성에 큰 회의감을 나타낸 적도 있었습니다. 지사님 ! 이 기회를 빌어 저의 회견으로 지역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도청이전을 둘러싸고 표출되고 있는 갈등은 시작일 뿐입니다. 이 상태로 방치해 둔다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조기에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전계획의 중지와 재협상을 요청했던 것입니다.

저의 이같은 요청은 어디까지나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도청 이전 문제를 잠시 중단하고 시·도지사가 아무런 조건없이 재협상을 하시라는 권고였지, 지사님이 거론하시는 시·도 통합을 권고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아울러 도청이전 문제 등과 관련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대통령께 원망과 비난이 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다시 한번 밝혀둡니다. 그리고 저의 회견내용에 대해 순수성을 거론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무 말씀도 드리지 않겠습니다.

광주시지부장으로서 오로지 당과 시민을 위해 당연히 해야할 충정을 말했을 뿐입니다. 지사님 ! 먼길도 아닌데 무어 그리 서두르시려고 하십니까? 일단 중지하시고 한 숨을 돌리시기를 다시금 간곡히 권고드립니다.

저는 평소 국회부의장을 지내신 큰 정치인으로서 지사님의 호방하신 성품, 크신 도량을 존경해 왔습니다. 유난히 산을 좋아하신 점에 대해서도 언제 한번 산행길에 따라 갔으면 하는 생각도 합니다. 건강하시길 기원드리면서 이만 줄입니다.

2001년 2월 22일

새천년민주당 광주시지부장 국회의원 정 동 채

/정동채 국회의원[민주당·광주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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