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구관이 명관
[투데이오늘]구관이 명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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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준[KBS광주 부장대우. 전 언론노련 사무처장]

1. 부실공사, 부실행정

광주평동산단 진입로 공사장에서 규정을 초과한 돌을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그러나 광주시의 담당과장은 그런 일이 없다고 딱 잡아 땠다. 그런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큰소리도 쳤다. 그러나 현장 조사 결과 모든 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책임을 지겠다던 큰소리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책임을 지는 사람도, 책임을 묻는 사람도 없었다. - 어찌된 영문인 지 최초로 문제제기를 했던 의원도 슬금슬금 꽁무니를 뺐다. 시공업체 부사장을 만났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취임 초부터 부실공사를 없애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혼 줄이 날 것이라던 관련 공무원들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 해당 공사장을 담당했던 말단 공무원 하나가 바로 옆 공사장 담당으로 옮겨간 것이 전부였다.

더 해괴한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다. 공정한 조사를 한다고 토목학회에 의뢰하는 수선을 떨더니, 정작 조사 결과가 나오자, 조사 결과 감추기에 급급했다. 시공회사는 형식적인 경고조치만 받았을 뿐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 광주시 공무원들은 전혀 다른 상황에서 내려진 판례를 제시하며 시공업체를 처벌할 수 없다고 우겼다. 그러고도 자신들이 짊어지기에는 짐이 너무 부담스러웠을까. 아무 권한이 없는 한 민간위원회를 끌어 들여 그 위원회에서 처벌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시공회사를 보호하기 위해서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공업체를 비호하려는 광주시 공무원들의 눈물 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공업체를 처벌하지 않으려는 것은 건설기술관리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2. 34년의 특혜

광주은행이 광주시의 시금고를 맡은 지 33년. 광주은행은 평균 잔액 7천 억원에 이르는 광주시금고를 독점하는 혜택을 누렸다. 경쟁이 없다 보니, 이자율도 낮았다. 새 의회가 출범한 뒤 시금고를 경쟁을 통해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러 언론들도 비중있는 기사로 다뤘다. 그러나 박광태시장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처음 듣는 얘기라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다시 검토하겠다던 언약에도 불구하고 어떤 변화도 없었다.
문제가 제기된 지 3개월 뒤, 광주시 관계자는 시의회에서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답변을 피해 갔다. 그러면서 시간을 달라는 말로 의회의 결정을 연기하려 했다.

   
▲ 도시철도공사의 기념식수와 특별채용 항의시위 ©김태성 기자


광주은행이 계약기간 연장을 위해 열심히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의회가 결정을 미적거리는 사이, 광주시는 광주은행과 계약을 1년 더 연장했다. 33년의 특혜가 34년의 특혜로 늘어난 것이다. 이자는 전라남도 기준에 맞춰 0.1% 높였다.
이런 식으로라면 광주시금고는 전라남도금고를 한 순간도 앞 서 가지 못한다. 전라남도도 제주도도 하는 일을 광주시만 못한다고 버티고 있다.

3. 계속된 특혜채용

지난 달 출범한 도시철도공사가 사원 특혜 채용 시비에 휩싸여 있다. 11월 초 박광태시장의 측근 인사들과, 지하철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6명이 특채된 것이다.
11월 30일에도 15명의 특별채용을 강행했다.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일반회사 출신 6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도시철도공사 사장이 광주시의회에서 재발방지를 약속 한 지 겨우 사흘 뒤였고, 경력직 사원 공개채용 공고를 낸 바로 그 날이었다.

이른바 박시장의 측근들이 많이 채용됐고, 밀려드는 압력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게 도시공사 고위 관계자의 속 얘기이고 보면, 아무래도 특혜인사 책임에서 박시장이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특혜인사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박시장이 직접 수사기관에 전화를 걸었다고 철도공사 관계자가 전했다.

4. 구관이 명관

이런 사례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의회나 언론이 잘못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잘못. 선의로 해석하긴 어려운 일이다.

박광태 신임 광주시장은, 상가집 시장이란 별명이 붙었던 전임 시장에 비해,소신이 강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잘못된 소신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면 그 결과는.... 시민의 불행으로 돌아 온다.
머지 않아 '상가집 시장이 차라리 더 나았다'는 탄식이 들려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정병준(KBS광주 부장대우. 전 언론노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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