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도청은 비워라
어쨌든 도청은 비워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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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대안> 외지인들이 광주를 찾는다면 도청을 보러 오겠는가, 5·18기념관을 보러 오겠는가. 전남도청이 예정대로 이전했더라면 지금쯤 그 자리는 5·18기념관이 들어서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제대로만 됐다면 망월동 묘지, 상무대 자유공원과 함께 삼각축을 이루며 '5·18마켓팅'의 핵심축으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전남도청이 광주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위상 등이 5·18마켓팅으로 상쇄할 수 있느냐고 따지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한발 더 나아가 '5·18은 좀 그만 팔라'거나 '5·18이 밥먹여주느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5·18의 가치와 도청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 자체는 '역사'에 대한 모독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5·18의 역사적 가치를 평가하고 명예회복차원에서 도청이전과 그 부지의 기념관화 등이 추진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다. 결국 도청이전에 따른 문제점은 5·18기념사업과 별도로 대안을 찾아야지, 굳이 연계하는 것은 비역사적이며 합리적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세계적인 관점에서 '광주'의 위치를 놓고 볼 때 5·18의 산업화는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기왕에 완료된 도청부지에 대한 5·18기념사업 계획안과 특히 광주시가 지난해 확정, 추진하고 있는 문화광주2020기본계획에 따라 도청주변을 개발하는데 지역사회의 지혜와 역량을 모은다면 도심공동화 극복과 활성화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문화광주 2020' 도심문화산업단지 계획안은 이렇다. ▶도심문화산업존 조성 : 도청이전부지->5.18기념관과 인권박물관, 중앙초교->광주현대미술관, 동부경찰서->전통문화테마파크, 옛동구청->문화산업종합센터, 학생회관->게임산업센터, YMCA->가상현실체험센터, 충장로·금남로·구시청 사거리->패션의 거리 등 상징화 등. ▶도심생태문화존 조성 : 사직공원->경관조망시설, 구KBS->영상예술센터, 양림동 일대->기독교 역사문화마을, 여성회관->만화애니메이션센터, 사직수영장->영상테마파크 등. 이 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계획안에 남광주역사와 도심의 광주여고, 전남여고 등을 이전시키고 그 부지에 문화도시에 맞는 각종 시설을 유치하거나 건립한다면 세계적인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벤처타운 건립 등 가미시키자는 의견도 덧붙여진다. 꿈이라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전략도 꿈꾸지 못한다면 광주는 정말 희망이 없다. 같은 맥락에서 도청이전을 도심공동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도심공동화는 도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도심주거환경 악화로 상주인구 감소, 도심외곽에 대규모 주택단지개발로 자체 상권형성, 대형 종합유통업체 입점 및 브랜드 중심 소비형태 변화, 도심지역의 높은 지가로 인해 대규모 사업체 이전, 공공시설의 분산적 토지이용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도청이전과 도심공동화를 과도하게 연결시키는 것은 비이성적인 측면이 있다. 오히려 도심공동화를 극복하려면 보다 생산적인 도심기능강화를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청이전 그 이상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전남의 대안> 사실 시도통합운동은 도청을 비워줘야할 전남도 허경만지사가 지난 95년 민선1기 지사로 취임하면서 앞장서 추진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허지사가 가장 내놓고 시도통합을 반대하는 인물이다. 그래서일까. 허지사를 중심으로 한 전남도의 도청이전사업에도 몇가지 허점이 있다. 우선 왜 목포권으로 가느냐에 대한 명쾌한 해설이 없다. 이로인해 목포권이외의 주민들은 도청이전에 불만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들은 김대중 대통령과 장남 김홍일 의원의 입김설을 서슴없이 말하기도 한다. 허지사는 무안군 삼향면으로 도청을 옮겨야 하는 이유중의 하나로 광주시와 거리가 1시간이상이 돼야 실질적인 이전효과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든 적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은 다분히 당초 통합추진을 반대했던 광주시에 대한 분풀이성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그렇다면 꼭 목포가 아니라 광주에서 더 먼 완도나 여수 해안가로 도청은 이전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광주와의 거리가 도청이전의 잣대가 돼야 한다는 것은 전국토 1일 생활권을 넘어 반나절로 단축하려는 정부방침에만 비춰봐도 소아적 발상이다. 도청이 목포권으로 가야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전문연구기관의 용역결과다. 그 내용의 핵심은 전남의 발전방향 때문이다. 바로 대중국·동북아전진기지로서 전남의 미래상을 놓고 볼 때 목포권이 신도청소재지가 돼야 한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는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한 나라의 수도는 그 나라의 발전방향에 따라 옮겨다녔다는 점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전남도와 허지사는 신해양시대 전남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도청의 목포이전 당위성을 제시하고 그에 걸맞는 비전을 수립, 전남도민의 가치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거기다 당초의 광주·전남 통합정신을 살리는 것도 놓지 말아야 한다. 바로 광주·전남이 한뿌리라는 것을 시도통합운동을 펼칠 때의 명분용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광주·전남이 함께 사는 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해답은 광주·전남을 하나로 엮는 통합개발과 이를 뒷받침할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확충이다. 제4차 국토개발계획(2000∼2020)도 '21세기 통합국토의 실현'을 기조로 지역권 경쟁력 고도화를 위해 광주·목포권, 광양만·진주권 등 9개 광역권을 지방의 세계화 중심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광주권과 목포권을 통합개발해 해양진출의 전초기지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미 계획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SOC사업의 예산확보 등에 광주·전남이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 물론 4차 국토개발계획에 따르면 L자형 연안축 개발에서 광주가 소외돼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이 역시 광주시와 전남도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또 있다. 전남도의 입장에서 목포권으로 도청이 이전될 경우 전남 중부권과 동부권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 역시 전남지역내의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통합적 SOC구축과 지역별 특화산업화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이미 있다면 구체화해야 한다. 나아가 물리적으로 도청의 입지가 서부권에 너무 치우쳐 동부권 지역민들의 도청을 찾는 것이 불편하다면 도청 기능을 대행할 동부지청 건립 등도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도청이전 그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 행정기관에만 맡기는 광역행정협의회 방식이 안된다면 민관합동의 가칭 '광주·전남21세기위원회' 같은 조직을 구성해 죽기살기식 상생의 길을 찾으면 어떤가. 교육의 문제, 공무원 교류의 문제 등등 풀기 어려운 문제도 거기서 논의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문제는 함께 살겠다는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다. / 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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