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만지사 혀에 휘둘린 6년
허경만지사 혀에 휘둘린 6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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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이전의 물꼬를 튼 사람은 김영삼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93년 5월 13일 특별담화를 통해 5.18민중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평가하고 명예회복차원에서 전남도청을 이전한 뒤 그 부지에 기념관과 기념탐 건립을 지원하겠다고 천명한 것. 당시 도청이전사업비 750억원과 5.18기념관 건립사업비 25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실제로 이중 일부는 지원됐었다. YS의 도청이전 천명은 그러나 그의 임기중에 백지화됐다. 그 장본인은 95년 민선1기 전남지사로 당선된 허경만이다. 허지사는 지자체 선거공약으로 시도통합 추진을 내세운 뒤 당선, 취임식에서 도청이전 백지화를 공식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허지사는 지난 98년 재선에 성공한 뒤 민선 1기때와는 정반대로 온갖 반발을 무릎쓰고 도청이전을 밀어부쳐 결과적으로 도청이전 반대 및 시도통합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시도통합과 관련된 민선 1기 3년동안의 허지사의 행보에 대한 다음과 같은 분석자료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선거전략차원의 시도통합론 : 민선 1기 지사후보 출마당시 동부권 출신으로 무안쪽으로 도청이전을 추진할 경우 텃밭에서의 득표에 비상이 생길 우려가 있는데다 당시 서부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고 있던 도청이전에 대한 불만여론을 감안할 때 시도통합론이 더 유력한 득표전략이었을 것이라는 분석 제기. ▶적극적인 시도통합 노력 미흡 : 허지사는 취임초부터 시도통합을 수차 천명하고 96년 5월21일 비슷한 처지의 경북지사, 충남지사와 비공식회동을 갖고 시도통합문제를 논의하기까지 정작 통합의 당사자로 통합반대의사를 졸곧 펴온 광주시에는 공식적인 제의나 협조요구조차 안했다. 그러다 그해 11월말에야 송언종 당시 광주시장을 만나 통합을 공식제의한 뒤 송시장이 반대의사를 밝혔는데도 곧바로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통합의 한 당사자인 시를 지나치게 무시했다는 비난 자초. 그러나 허지사는 여론조사결과 통합여론이 우세하게 나왔는데도 즉각 구체적인 추진일정을 마련하지 않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아 형식적으로 통합운동을 벌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엇보다 그후 공청회 등을 통해 시도통합여론을 형성하며 광주시를 압박해 들어갔으나 정작 전남을 중심으로 전개, 변죽만 울렸다는 평가. ▶당초 임기내 통합 약속 번복 : 허지사는 민선 1기 지사 취임직후 시군 초도순시에서 "시도통합은 분위기를 조성해 임기가 끝날때쯤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으면서도 지난 98년 4월16일 도지사 재선을 위한 출마기자회견에서 "이제 국민회의가 정권을 잡은 만큼 중앙정부의 뜻에 따르겠다" 며 통합포기 선언. 결국 허지사는 민선 2기 재선에 성공한 뒤 민선 1기때와 정반대로 도청이전을 밀어부치고 있다. 이로인해 허지사는 결과적으로 별다른 대책도 없이 시도통합을 민선 1기 3년동안 내세우다 그만큼 전남발전의 시계를 제자리에 멈추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허지사의 갑작스런 시도통합운동으로 여러 사람이 유탄을 맞았다. 송언종 전 광주시장이 대표적이다. 송시장은 민선1기 선거를 치르면서부터 시도통합 반대입장을 밝혔는데도 허지사의 고도의 '정치게임'에 끌려들어와 '허송세월'이란 신조어의 주인공 중의 한명이 됐다. 그러나 송시장은 초창기에는 통합시비에 언급을 자제하다가 96년 12월 허지사가 통합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자 뒤늦게 적극방어에 나서는 등 일관된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 거기다 시장 취임해인 95년 12월 도청 부지의 5.18기념관사업 용역을 납품받고도 전남도에 청사이전 촉구 공문 발송이나 협의제의도 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송시장에 이어 광주시장에 당선된 고재유 현시장도 시도통합과 관련해서는 사실 송시장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평가다. '허구(고)세월'이란 조어 역시 그래서 나돈다. 시민단체 인사들도 시도통합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99년 허지사가 도청이전을 본격추진하자 광주지역 일부 시민단체 간부들이 도청이전 반대 및 시도통합운동에 참가했지만 일부 단체의 경우 참가자격을 놓고 심각한 내홍을 겪기도 했다. 최근 결성돼 활동하고 있는 도청이전반대 및 시도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에서 참여하고 있는 일부 시민운동가들도 역시 지난 99년과 비슷한 내부반발을 직면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도통합과 관련, 정치인들의 행보는 '호남정치의 비극'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야당시절이나 여당시절이나 관계없이 국회의원이든, 지방의원이든 한결같이 김대중대통령의 의중살피기에 열을 올릴뿐 정작 자신의 견해를 자신있게 밝히는 정치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정치인이 지역구 여론을 이유로 자신의 소신을 뚜렷하게 밝히며 도청이전 반대운동을 전개한 것은 높이살만하다. 정치인이 지역구 여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도청이전 조례안 통과를 삭발시위까지 하며 저지한 전남중부권 도의원들, 최근 통추위에 가담한 광주시 동구의회 이용규의장 등 지방의원 들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도 대안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한편 최근의 통추위 활동은 전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어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바로 도청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과 김홍일 의원을 직접 겨냥할 수도 있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그의 아들이 자신들의 고향을 발전시키기 위해 도청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집중 부각, 청와대가 부담을 느끼게함으로써 운동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다만 '호남정치의 비극'은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비극이 아닐까. <박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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