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공범'이 깨뜨린 광주영화제의 껍질
3명의 '공범'이 깨뜨린 광주영화제의 껍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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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연 배우라면, 저 영화 시나리오를 쓴 작가가 바로 나라면, 영화 엔딩크레딧의 감독 자리에 내 이름이 올라 있다면-. '시나리오 윤진명, 주연배우 김나리, 감독 김상현' 제작의 광주국제영화제 알짜배기 상영작명은 '국제영화제 모니터링단에 주의하라!'.

윤진명(대광여고 2), 김나리(대광여고 2), 김상현(광덕고 2). 그들에게 이번 광주국제영화제는 특별하다. 그들이 만든 영화를 상영했기 때문이다. 의아해하며 영화제 상영표를 살펴볼 필요는 없다. 실제 영화를 제작한 것이 아니라 영화제 곳곳을 뛰어다니며 영화제를 평가하는 시민모니터링단 활동이 그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시나리오 작가, 배우, 감독이 꿈인 예비영화인 눈으로 광주영화제 누벼

광주지역 청소년 영상동아리 '출아' 회원으로 이번 영화제와 연이 닿은 그들의 공통분모는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보다 영화를 더 좋아한다는 것. 분자는 제각각이다.

"영화에는 제가 좋아하는 게 전부 다 있어요. 음악, 영상, 컴퓨터 그래픽..." 영화가 좋은 이유를 물으니 스물 아홉가지는 넘게 줄줄줄 설명하는 윤진명양은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영화 상영중에 핸드폰으로 아무렇지 않게 통화하는 관객을 보면서 광주 관람객의 수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라고 말하는 폼이 야무지다.

"안 될줄 알지만...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요."라며 수줍어하는 김나리양은 이번 영화제가 더욱 뜻깊다.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한국단편영화 감독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그런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감독과의 대화가 영화제 행사 중 제일 좋았어요."

요즘 '쿠엔티 타란티노' 영화에 빠져있다는 김상현군은 영화를 볼때마다 새롭고 흥분된다는 감독 지망생이다. 아니, 벌써 몇 편의 영화를 찍었으니 이미 '감독'인 셈이다. '영화감독'답게 김군은 이번 영화제에서 '장 뤽 고다르전'을 빼먹지 않고 챙겨 보았다.

7일간 영화관으로 '오후 등교'하며 광주국제영화제 모니터링
하고싶은 것은 영화밖에 없는 그들, 광주영화제로 꿈 이룰 터


영화제가 벌어진 7일 내내 시내 극장가로 '오후 등교'한 그들의 손에는 교과서 대신 설문지와 영화표가 들려 있었다. 영화도 보고 관람객 의견도 모니터할 수 있었으니 영화인 지망생인 그들 입장에서는 1석 2조의 '영화수업'을 받은 셈이다. 수업(?)에 충실한 덕에 그들이 전하는 수업 평가도 신랄하다.

"영화 내용에 관한 홍보가 부족했어요. 사람들이 개막제만 기억할게 될까 걱정되요." "아무리 이제 2회째라지만 자막작업 등 운영상 부족점이 아쉬워요." "부대행사가 없어서 영화제가 알차지 못했어요."
영화가 좋아, 광주에서 영화제가 열린다는 사실이 마냥 반가울 예비 영화인들의 모니터 내용이라 주저함없이 예리하다. 이러한 그들의 열정어린 발품의 열매는 '시민모니터링단 결과보고서'에 포함되어 내년 광주국제영화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토양이 될 것이다.

"지금 하고 싶은 건 영화밖에 없어요. 다른 것은 생각해 본 적 없는데요." 광주국제영화제가 이런 그들의 꿈에 에드벌룬을 달아줄 수 있을까. 혹시 모를 일이다. 광주영화제가 열 몇해쯤 되는 해에 영화 상영작품란에서 진명, 나리, 상현의 이름을 발견하게 될런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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