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감동을 나누는 빛고을 영화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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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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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수[광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

광주국제영화제를 말한다

제2회 광주국제영화제가 마침내 개막되었다.
지난 25일 도청앞 광장 특별무대에서 화려한 팡파레를 울린 광주국제영화제는 오는 31일까지 일주일간 시내 극장가 일원에서 열린다.
그동안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필요성에 관한 논쟁이 있었다. 이미 부산, 부천, 전주영화제가 있는데,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다른 영화제를 뒤쫓아갈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얼마전 영화평론가 정영일씨는 "프랑스에는 '국제'라는 이름의 영화제가 87개나 된다"며 "우리도 국제영화제가 시도별로 1∼2개씩은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일본은 소도시 규모의 영화제까지 포함하면 매년 수백개의 영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결국 영화제의 갯수보다 각기 정체성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할 것이다.

그러면 광주국제영화제는 과연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가?
먼저, 광주국제영화제는 해당 자치단체에서 준비하는 타 영화제와 달리 순수민간단체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이 다르다. 이 점은 영화제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여건이 될 것이다.
또, 광주국제영화제는 역량있는 신예감독들을 발굴, 소개하고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들의 세계를 반추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프랑스 '국제'이름의 영화제 87개 상영
일천한 역사의 국내영화제, 정체성 등 논하기 일러
연륜쌓아가며 지역적 특성 갖도록 애정 가져주길

프랑스 누벨바그 운동을 이끈 대표적 작가 감독인 장 뤽 고다르의 대표작을 상영하는 '마스터 디렉터'와 거장들의 근작을 일별하는 '월드 시네마 베스트' 부문에는 화제작들이 풍성하다.

이번 영화제의 하이라이트는 2개 부문으로 열리는 특별전이 될 것이다.
1930년대 후반의 시적 리얼리즘 영화부터 클로드 샤브롤의 후기작에 이르기까지 범죄를 소재로 한 프랑스 영화의 대표작들을 한 자리에 모은 '프랑스 범죄영화 특별전'에서는 장 가뱅과 알랭 들롱의 대중적 이미지를 마주할 수 있다.

'니카츠 에로영화 걸작선'은 말로만 듣던 일본 로망 포르노를 일반 상영관에서 처음 볼 수 있는 기회인데, 뛰어난 창의력과 의욕으로 가득 찬 니카츠의 에로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특별히 이번 영화제에서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소재로 제작된 '이름없는 별들'이 상영된다.

'이름없는 별들'은 광주학생독립운동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59년 광주와 나주에서 현지 로케로 제작된 극영화이다.
이와함께 한국 영화사를 개척한 춘사 나운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이두용 감독이 재구성한 무성영화 '아리랑'도 매우 뜻깊은 작품이다. 지난 10일 평양에서 상영되어 주목을 끈 이영화는 시립교향악단의 배경음악 연주와 변사 양택조씨의 해설로 상영된다.
이외에도 청소년영상전에 청소년들의 고민과 이슈를 표현한 수작들이 많이 출품되었는데, 앞으로 참신하고 역량있는 영상세대를 발굴하는 문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같이 의욕적인 기획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정체성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쉽게 답할 수 없다. 하지만, '칸'이나 '베니스', '로카르노'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영화제와는 달리 국내영화제는 한결같이 일천한 역사를 갖고 있어 차별성이나 정체성을 논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다들 환타스틱 영화니 대안영화 따위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실상 상영작 면면을 살펴보면 대동소이하다.

결국 매사가 처음부터 완성되기는 어렵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되듯이, 영화제도 연륜을 쌓아가면서 지역적인 특성과 정체성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임종수(광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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