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닷컴]"이 신문사가 골프장 짓나?"
[기자닷컴]"이 신문사가 골프장 짓나?"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2.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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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자 광주타임스 1면엔 '골프장 지방재정 기여한다'는 제하의 기사가 1면 톱을 장식했다. 그러나 '기여한다'는 단정적인 표현과 갑작스런 1면 등장, 그리고 모(母)기업이 건설업체인 점 등이 겹쳐 이 기사의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관심과 함께 "광주타임스가 골프장 짓기로 했나"는 반응도 뒤따랐다. 이는 일부지역신문들이 모기업의 '방패막이' 내지는 건설관련 압력수단으로 악용돼온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골프장문제는 찬반을 둘러싸고 이 지역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사안이다. 그리고 최근 새로이 불거진 내용은 아니다. 더욱이 지속적 논란거리의 경우 1면 톱으로 단정적 보도보다는 '기획'기사로 처리하는 관례(핵폐기장 유치문제에 대한 지난 24일자 광주타임스 기획보도의 예)와도 대조된다.

또한 이미 전남 담양에서 골프장건설 사업을 추진중인 광주일보의 경우에서도 이처럼 골프장'예찬성' 기사를 1면에 '단정적'으로 게재한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광주타임스의 이번 보도는 '순수'하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이날 신문은 전남도와 일선 시군에서 현재 5~6개의 해변조망형 골프장건설을 전제로 적지여부를 검토중인데, 지역경제 활성화가 확실하므로 긍정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최근 골프장 이용자 급증 △자치단체 세수확대보장 △지역민 고용효과 등을 내세웠다. 또한 환경단체들이 우려하는 농약오염과 산림파괴 등에 대해서도 전남도 관계자의 말을 빌어 '문제 없다'고 설명하고 나섰다.

광주타임스 1면에 갑작스런 골프예찬론
母기업 사업홍보로 '오해' 살수 있어
지역언론과 모기업간 특수관계서 비롯된 해프닝


   
▲ 지난 23일자 1면에 갑자기 골프장 예찬성 기사를 실어 모기업과 관련된 보도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보도는 내용의 진위보다는 갑작스런 편집과 함께 특히 모기업과의 관계로 인해 진실성에 오해의 여지를 낳고 말았다.

광주타임스의 모기업은 대지종합건설(주)(대표이사 정환호)로 3면에 해안을 낀 해남에 본사를 두고 있다. 대지건설은 토목건축업을 비롯해 조경공사업, 대지조성업, 오수정화시설 설계 및 시공업, 부동산 임대 및 분양업 등 언제라도 골프장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사업내용들을 포괄하고 있다. 게다가 대지건설은 현재 대주건설이 추진중인 함평군 골프장 사업도 고려한 바 있기에 의혹은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최근 한 재미교포출신 사업가가 전남도청을 방문해 해안가에 위치한 골프장 사업부지를 물색한 바 있고, 몇몇 시군에서도 골프장 건설사업이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대주건설-광주타임스로 이어지는 관련설은 논리적 힘까지 얻는 상황. 때문에 이런 정황과 맞물려 혹시 대지건설이 관련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면서 신문을 통해 사전 여론작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게 의구심의 배경이 된 셈이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 광주타임스측은 "골프인구가 급격히 늘고있으며, 이 사업을 통해 자치단체의 재정자립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기사일 뿐"이라며 "모기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앞으로도 골프장과 관련된 여러 가지 논란들에 대해서는 시리즈로 다뤄 지역민의 이해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타임스측의 설명대로라면, 이번 보도는 지역여론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용기있는' 보도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보도에 대한 반응은 이지역 대부분 신문사가 가진 모기업과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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