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86이라 부르지 않겠다-MJ호 승선한 김민석에게
이제 386이라 부르지 않겠다-MJ호 승선한 김민석에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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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은 새로운 개혁정당을 만들자는 발기인들과 늦도록 시간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했네.

쓰린 속을 어루만지며 출근한 내게 자네의 성명서가 내 책상 한가운데 놓여있더구만. 한자한자 반복해서 자네의 글을 읽었지. 혹시라도 자네의 글속에 꼬투리 잡을 거라도 있나 싶어서 말이네.

"3김 시대를 극복할 새로운 정치질서의 형성과 민주평화 개혁세력의 대선 승리, 민주 정통성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신당에 참여... 이 길이 민주평화개혁세력의 후보단일화를 통해 대선 승리를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마지막 대안이라고 확신한다.

잠시 헤어져 크게 하나가 된다는 각오로 민주당을 떠나며 후보 단일화는 대선 막바지까지 계속 추진돼야 한다. 민주평화개혁세력과 신당, 정몽준 후보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타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글을 읽어 가면서 우선 20년동안의 우리들의 만남이 평행선을 넘어 영 다른 길로 접어 들고 있다는 마음에서 쓰린 속보다 더한 회한이 들더구만.

사실 자네가 '크게 하나되는' 만남을 이루자고 하면서도 이미 하나가 되기를 거부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음을 느낀다네. 자네 홈페이지에 쓴 <지금은 민주당의 위기입니다>란 글에서 본 '후보단일화'론을 보고 있노라면 87년 대선에서의 양김분열로 다가서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감출수가 없더구만.

그런데 누구의 말대로 '김대중 후보와 김영삼 후보는 둘 다 민주화세력을 양분하는 대표일꾼들이란 점에서 '단일화'의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의 경우는 둘을 같이 묶을 수 있는 공통분모가 존재하지 않는 어쩌면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보다도 훨씬 더 오른쪽에 치우친 것' 이라는 세간의 주장을 지나치고 있는 느낌이네.

정권재창출이 이 시대의 가장 큰 개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견해에 다소 동의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네. 오래전부터 그랬지만 개혁적 정권교체만이 가장 큰 개혁이라고 말하고 싶다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몰라서 그런다며 우리끼리 해서 되겠냐? 라고 되묻겠지만 그렇다면 정작 자네를 키워주고 지켜주었던 자네당 후보를 지키는 일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묻지 않을수가 없네.

아직도 시간이 많아 최후의 노력을 하겠다는 많은 분들의 노력을 뒤로 하고서 혼자만의 '의로운 구국의 결단(?)'을 이룬 것을 보면서 아마 그동안 자네를 많이 좋아했던 사람들이 아프게 지적하던 많은 말들이 맞았다는 점에서 큰 실망이라 아니할수 없구만.

'체화된 공부와 현장 감각의 부족'이라던 시장선거패배반성 다시 뒤집어
'정체성 잊지 말고 늘 '386'임을 자랑스러워하라'는 친구들 당부 잊었나


작년 언젠가 자네가 몸담은 당내 정풍운동이 한창일 때 내가 자네에게 쓴 글을 본적이 있는지 모르겠구만. 나는 그때 자네와 허인회 그리고 함운경 세친구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자네에게 "지금은 국민들이 정치가 바뀌기를 갈망하고 있어 절차의 문제보다 정당의 개혁을 그 본질에 두고 있다....재선의 문턱을 넘은 민석이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늘 가슴에 386이라는 단어가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언행에 주의하는 친구들이 되길 바랄 뿐이다"란 당부를 한바가 있다네.

사실 내가 지내고 있는 이곳 광주지역에도 정치적 변신을 너무 쉽게 하고 있는 여러 선·후배님들이 있어 한번 쯤 그들에게 '당신의 정체성은 뭐요?'라고 묻고 싶었으나 그 분들과는 광주에 살며 운동했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인연의 고리가 없어 덮어두고 있었다네.

그러나 자네는 정치에 입문하고 나서 몸담은 곳은 영 달랐어도 늘 386세대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면 자네부터 떠오르는 현실에서 그 만큼 자네가 자신의 정체성을 가져주길 당부하였던 것이라네. 그것은 우리속에 김민석으로 갇히게 하고 싶은 생각은 결코 아니었네. 386은 젊음을 표시한 것이 아닌 개혁과 도전 그리고 늘 진보를 표현하는 청년정신을 가진 이들을 칭하고 있었는데 이젠 자넬 386이라 부르지 않겠네.

자네는 지난번에 이어 오늘의 탈당 역시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고 나는 단정하네. 내가 반복된 자네의 잘못의 원인을 자네의 고백 속에서 찾았다면 자네의 글을 잘못 읽은 것일까? 자네가 지난 서울 시장에 낙선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은 아쉬워함을 보았네. 직접 도와주었든 아니든 상관없이 늘 자네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자네의 선거에 이토록 크게 미칠지 몰랐다며 자네의 패배를 아쉬워했지. 자네는 누구보다 상심이 크겠지?

그러나 자네의 패배는 어쩌면 자업자득이지 않을까 생각해보네. 가정하건데 자네의 정풍당시의 발언은 민주당의 개혁이 절차성에 휘둘려 한발도 나가지 못하였고 자네에게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자넨 선거가 끝나고 두달이 지나서 다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의 고백'이란 글에 '제 자신의 체화된 공부와 현장 감각의 부족'이라는 반성의 글귀를 남긴 것을 보았네. 자네는 시장선거 패배이후 자네가 직접 고백한 것을 얼마 되지도 않은 오늘 다시 뒤집어 버리고 말았네.

주절주절 말이 많았지만 나는 자네의 오늘의 탈당을 무책임한 행동이라 결론내리고 싶네. 당내 정풍운동이 거셀 때 오늘의 민주당을 이렇게 만든 편에서 발언하고 민주당이 엉망이 되어 공당의 후보가 거센 파도에 휘말리고 있는 즈음에는 혼자서 살겠다고 나서는 이러한 모습을 보며 허전함뿐이라네.
많은 이들이 자네를 욕하면서도 한편에서의 기대를 버리지 않았었는데 그걸 자네가 모르다니 아쉽기만 할 뿐이구만.

글쎄 한마디의 말도 없이 뱀 허물벗듯 떠나는 것을 두고 정치와 소신의 자유라고 해야 할까? 무책임이라 해야 할까?는 국민들의 판단으로 두기로 하세.
광주에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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