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병원에 자주 가는 편이다. 이런 나를 가리켜 지인 중에는 내가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라며 별로 듣기 좋지 않은 농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원체 약골로 태어난 탓으로 지금까지 병원과 의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살아있기 힘들 정도로 몸 간수에 무척 신경을 쓴다.
그런 까닭에 나는 항상 의사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으며 고마움을 느낀다. 최근에도 코로나에 걸려 근 한 달 가까이 병원에 들락거렸다. 상태가 안 좋아져서 한때는 응급실에 가서 치료받기도 했다.
지인들은 ‘아니 지금도 코로나가 있느냐’며 내 말을 생뚱맞게 듣는 듯하지만, 코로나는 나 같은 약체를 겨냥해서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이다. 멀쩡히 돌아다니고 있는 코로나를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국이 코로나를 무시하기로 결정하고 일절 발표하지 않아서 그렇지, 코로나는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람들, 특히 노약자를 찾아다니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나는 두 달 전부터 아파트 단지 옆 숲길에서 매일 아침 한 시간 동안 맨발 걷기를 하는데 거기서 남평이 고향이라는 올해 84세 된 어르신과 목례를 나누게 되었다. 맨발 걷기를 4년째 하고 있다는 이 노인은 그 덕분에 천식이 치유되었고, 발가락의 무좀이 나았다며 자랑했다. 걷는 걸음걸이도 내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무척 빨랐다. 그렇게 매일 4만 보를 걷는다고 했다.
새벽 네 시에 나와서 아침 여덟 시까지. 그야말로 맨발 걷기의 마니아라 할 만하다. 그런 남평 분이 어인 일로 한 달여 전부터 눈에 뜨이지 않았다. 들으니 코로나에 걸려 맨발 걷기를 하러 못 나오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렇게 건강해 보이던 분이 코로나 때문에 맨발 걷기를 못 나올 정도면 지금 코로나와 힘든 싸움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걱정스러운 생각이 든다.
요즘 병원 응급실은 물론 입원실도 사정이 여의찮은 상태라서 제대로 치료받고 있는지도 걱정이 된다. 사실 나는 정부의 의대 증원 문제가 초래한 정부-의사 대치 상태가 악화하여 의료 붕괴 사태로 가고 있는 현실에 심한 두려움을 느낀다.
내가 또다시 코로나에 걸렸다하면 나도 천식약을 먹고 있는 처지에 응급실로 가서 처치할지도 모른 데 그것이 가능할까, 온몸이 얼어붙는 공포심이 들기도 한다. 따라서 나는 스스로 건강 지키기 비상계엄령을 내려놓고 있다. 이런 나의 사정을 알 턱이 없는 지인들은 내가 모임에 불러도 코빼기도 안 보인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나는 가급적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은 애써 피하고 있다. 병원에는 약을 타러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요즘 급하게 수술해야 할 환자들은 입원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환자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 년 기다려라’ 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이미 의료붕괴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응급사태에 당해 지역병원 응급실에서 응해주지 못해 서울까지 가는 일조차 벌어지고 있다. 그러다 사망하는 사태까지도 일어나고. 현 정부가 역대 정부의 정책 과제였던 의대생 증원 문제를 이참에 해결하려 단단히 마음을 먹은 모양인데, 의사와 전공의, 의대생들은 할 테면 해보라며 사보타지급 저항을 하고 있다.
전국 의대생들이 일종의 동맹휴학이라고 할 수 있는 집단 휴학을 신청 중이다. 내가 볼 때 이번 사태에서 정부가 특별한 조치, 예컨대 뒤로 물러서야 협상이 될성부른데 대치 상태는 악화일로에 있다. 이러다가 반정부 투쟁으로 번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의대생 증원 문제는 그 정책의 타당성을 떠나 이제는 안타깝게도 정치 문제가 되어 버렸다. 모르긴 해도 의사-전공의들의 주장을 들어주고 정부가 물러서지 않으면 해결될지 의문이다.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다. 고래 싸움에 고통받는 것은 국민이다. 애꿎은 국민, 특히 나 같은 사람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질할 수가 없다.
위급한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딱한 일이 선진국이 되었다는 한국에서 벌어지다니. 응급실이 문을 열고 있다고 한들 보살펴줄 의사가 없다면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 큰 병원들은 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모자라 병상수를 줄이고 있다고 한다.
’국민이여, 아프지 말라, 아프면 죽는다.’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겁먹은 내 뇌리에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 떠오른다. ‘국민은 항상 옳다.’ 근데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한 이 말을 귀담아들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