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국제영화제 아직도 '준비중'
광주국제영화제 아직도 '준비중'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0.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국제영화제 개막 23일을 앞둔 지난 3일, '시민의 소리' 사무실로 우편물이 배달됐다. 영화제조직위원회측이 보낸 ID카드 발급 안내서와 행사의 개요를 알리는 안내장이었다. 이와함께 광주시내 주요거리의 육교에도 오는 25일 시작되는 제2회 광주국제영화제의 대형 플래카드가 걸리기 시작했다.

다시 3일 뒤, 광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www.giff.or.kr). 행사 20일 전이지만 아직 상영작은 게시돼 있지 않다. 자유게시판을 열었다. 방문자의 숫자는 늘고 있지만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한 네티즌들이 마냥 '기대'만 하고 있다.

"어떤 작품이 상영될지 정말 궁금한데.. 그리고 미리 어떠어떠한 작품들이 소개되는지 약간의 소개라도 해주세요."- 궁금이

"전 학생이고 평일에 볼려면 미리 시간을 짜야하는데 내용이 전혀 나와 있지가 않네요"- 전해선

사무국 관계자는 "4일 현재 몇 개 작품을 제외하고 작품선정은 거의 마무리 된 상태"라며 "인터넷에는 늦어도 15일까지 모든 작품과 행사관련 내용들이 다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광주영화제 끝나고 일주일 뒤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도 아직 상영작들이 구체적으로 올라와 있지 않은 상태"라며 상대적 안도감을 내쉬는 표정이다.

그러나 이건 부산의 문제가 아니라 광주의 문제다. 좋은 영화를 보겠다고 서울 등 외지에서도 찾아오겠다고 하는데, '국제'라는 이름까지 걸고 동네잔치 치르듯 할 수는 없는 일. 특히 행사 열흘 앞두고까지 영화의 주 수요층인 젊은이들에게 인터넷 접근성을 보장하지 못할 일정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개막 20여일 앞으로…상영작도 일정도 확정안돼
일정촉박 변명에 "동네 잔치하느냐" 우려목소리
앞만 보고 가지말고 부족함 최소화에 역점 둬야


최근 이 지역 문화계의 한 관계자는 광주국제영화제관련 비판에 대해 '행사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보면, 일정이 촉박한 상황에선 앞만 보고 달리기도 힘들다. 때문에 우선은 잘 치러지도록 격려하고, 끝나고 나서 애정어린 비판을 하자'는 내용의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광주국제영화제가 조직위를 위한 행사라면 모를까, 지역민과 영화애호가들을 위한 행사라면 그럴 수 없는 일이다. 조직위가 관객들을 위해 준비를 서두를 일이지, 관객들이 조직위의 사정을 고려할 할 수는 없는 이치다. 또한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드러난 지적들에 대해 조직위가 귀를 열고 본행사 시작 전까지 최대한 고치거나, 내년 행사를 위한 자양분으로 쓰면 될 일이다.

조직위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불확실할 수밖에 없는 예산문제를 꼽으며 항변한다.

물론 광주국제영화제의 내년 예산은 1,2회 행사와 달리 문화관광부 정식 예산으로 배정돼 미리부터 차분히 준비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올해 영화제를 그냥 넘길 수도 없는 일이다.

이번 광주국제 영화제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전남도청 앞 광장으로 예정된 개막식이다. 조직위측은 1억여원, 전체 예산의 15%에 달하는 돈을 이 개막식에 쏟아 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주에 영화제가 있다는 것을 온 국민에게 알려 광주국제영화제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영화제 안착화의 우선과제"라는 게 조직위측의 배경설명이다. 때문에 SBS를 통해 개막식 생중계를 하기로 하고, 탤런트 장나라 등 인기연예인도 불러들여 지난 6월 월드컵 때의 대규모 거리축제를 영화제에서 살려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개막식 구상 자체가 근본적으로 조직위측이 영화제의 '외연확대'에 관심이 집중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는 당초 '광주와 영화'에 대한 설명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며, 이는 다시 개막 3주가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앞만 보고 달리는' 조직위측의 뒤통수에 던지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지역 안팎의 관심과 기대가 커가는 만큼, 작은 준비부족도 더욱 크게 보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영화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행사가 끝난 뒤 종합적으로 정리를 하더라도 현시점에서나마 부족함을 최소화시키려는 조직위측의 노력이 조금 더 요구된다. 각종 문화행위가 늘면서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시선도 그만큼 높아졌음을 조직위측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