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독일 슈테델 미술관 기행 [5회]-보티첼리, 시스티나 예배당의 프레스코화를 그리다.(2)
김세곤의 독일 슈테델 미술관 기행 [5회]-보티첼리, 시스티나 예배당의 프레스코화를 그리다.(2)
  •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24.08.08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티첼리가 그린 세 번째 프레스코화는 <코라와 다단과 아비람을 벌함 (또는 <모세의 율법에 대한 반항>, <레위족 사람들의 징벌>)>이다.
우선 그림을 살펴보자.

코라와 다단과 아비람을 벌함
코라와 다단과 아비람을 벌함

오른쪽은 코라 등 레위족 사람들이 모세를 돌로 치는 순간 여호수아가 모세를 구해준다.
중앙은 코라의 모반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제사장 아론의 권위에 도전하여 그들도 향을 올렸는데, 뒤편에 프른 옷을 입은 아론은 위엄있는 자세로 향로를 흔들고 있는 반면에, 모반자들은 향로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비틀거리고 있다.

한편 모세는 하느님의 불을 내리쳐 레위족 사람들에게 징벌을 내리고 있다.
중앙 뒷배경에 있는 개선문은 티투스 개선문을 모델로 한 것이며, 문에는 라틴어로 ‘아론처럼 하느님이 명한 자 외에는 어느 누구도 최고의 사제직을 받지 말고 스스로 사제라 하지 말라(NEMO · SIBI · ASSVMM·AT · HONOREM · NISI · VOCATUS · A · DEO · TANQVAM · ARON)’라고 적혀 있다.
그림 왼쪽에는 모반자들이 갈라진 땅으로 사라지고 있다.

프레스코화는 민수기 16장 1~35절의 내용이다. 민수기 16장의 중요 부분을 읽어보자.
“레위의 증손 코라는 르우벤 자손 엘리압의 아들 다단과 아비람, 벨렛의 아들 온과 함께 당(黨)을 짓고, 이스라엘 회중 가운데에서 이름 있는 족장 이백오십 명과 함께 모세에게 반역하였다. (...) 그들은 저마다 향로에 불을 피워 향의 태우면서 장막 문에 섰다. 모세와 아론과 함께 섰다.(...)

이때 모인 회중에게 여호와의 영광이 나타났다.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였다. “너희는 회중에게서 떠나라 내가 순식간에 그들을 멸하려 한다.” (...) 곧 땅이 갈라지며 순식간에 코라등과 집안 식구들을 삼켜버렸다. 이윽고 분향하는 이백오십 명도 여호와께서 나온 불이 살라버렸다.”

이 그림은 신이 정한 지도자들에게 반대하는 이들은 신의 응징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이다. 식스투스 4세는 모세에 대항했던 사람들이 징벌을 받듯이 교황의 권위에 도전한 사람들 역시 신의 응징이 따를 것이라는 위협을 담고 있다.

그런데 보티첼리는 먼 배경에 배 두 척을 그렸는데 로마로 가는 배는 난파했고, 물 위에 떠 있는 멋진 배의 꼭대기에는 피렌체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벤저민 블레호,로이 돌리너·김석희 옮김, 시스티나 예배당의 비밀, 2008, p 42) 이는 로마 교회의 몰락과 르네상스 시대의 번성을 암시하는 비밀 메시지였다.

한편 보티첼리가 그린 <코라와 다단과 아비람을 벌함> 맞은편 벽에는 피에트로 페루지노(1450~1523경)가 그린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는 그리스도>가 그려져 있다. 

사진 2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는 그리스도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는 그리스도

벽화는 마태복음 16장 18~19절의 내용으로, 그리스도가 베드로를 ‘내 교회를 세울 반석’이라 부르며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넘겨주는 장면이다.
천국의 열쇠는 두 개인데, 이 열쇠는 하늘나라 왕국으로 갈 수 있는 길과 함께, 다른 이들도 이 길로 인도할 수 있는 힘을 상징한다.

그런데 1482년 3월에 바슬 성당에서 도미니카 주교 자모메트는 공의회를 통하여 교황 식스투스 4세의 권위에 격렬하게 도전하였다.
따라서 이 그림은 교황이 베드로의 후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교황의 절대적 권위를 보여준다.

그리스도와 베드로
그리스도와 베드로

이윽고 그림 중앙에 있는 돔형 건물은 솔로몬 성전을 르네상스 양식으로 표현한 것이고, 그 양쪽에 있는 개선문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개선문을 본뜬 것이다.
왼쪽 개선문에 적힌 'IMENSV SALOMO TEMPLVM TV HOC QVARTE SACRASTI'와, 오른쪽 개선문에 적힌 'SIXTE OPIBVS DISPAR RELIGIONE PRIOR'는 교황 식스투스 4세를 찬양하는 라틴어 문구로, '이 거대한 성전을 축성한 그대 식스투스 4세는 부유함으로는 솔로몬에 미치지 못하나, 믿음으로는 솔로몬을 능가했다.'는 의미이다.

한편 시스티나 예배당은 1483년 8월 15일 성모승천 축일에 봉헌되었다.
식스투스 4세는 의기양양하게 봉헌식을 집전했다. 그리고 1년 뒤인 1484년에 선종했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시스티나 예배당을 두 번이나 방문했지만 보티첼리 등이 그린 12개의 벽화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미켈란젤로(1475~1564)가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에만 매몰되다 보니 모세와 예수 그리스도의 벽화는 간과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