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주 외식한다. 가족 단위로 혹은 지인끼리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는다. 나도 집에서만 삼시세끼 식사를 하는 것이 물릴 때면 어쩌다 아내와 함께 식당에 갈 때가 있다. 오래된 통계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78명당 식당이 하나꼴로 있다고 한다. 식당 공화국이라 할만하다.
요새는 온라인을 통해 주문, 배달해서 먹는 사람들이 많아 말 그대로의 외식은 차츰 줄어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집에서 먹든 식당에 가서 먹든 ‘시켜 먹는’ 식사가 일상화되다시피 하였다.
유튜브를 보면 한국식당에 외국인이 찾아가서 맛있다, 놀랍다, 하며 엄지척하면서 먹는 장면이 많다. 그런 ‘국뽕’ 영상들은 내 경험하고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나는 그런 코인 팔이 영상에 공감하거나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내 경험치로는 식당은 대체로 청결하지 않고, 맛도 달아 그렇고 그런 식당들이 적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심지어는 반찬을 재활용하는 식당들도 있다. 물론 아주 비싼 고급 식당은 다를 수가 있겠지만 일반 식당의 이미지는 어쨌든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어제 나는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중국 식당에 갔다. 유니짜장면이라는 것을 주문했는데 1인분에 1만3천원. 조금 비싸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요즘 물가가 ‘멋대로 물가’가 되다 보니 부르는 것이 값이다.
특별히 무슨 맛이랄 것도 없는 식사를 하고 있는데 짜장면 속에 제법 통통한 새우가 두 마리 들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나는 새우가 있네, 하고 혼잣말을 했는데 그걸 듣고는 아내가 그릇을 뒤적거리더니 자기한테는 새우가 안 보인다고 역시 혼잣말을 한다.
우리 식탁에 두 가지 경우 중 한 가지 일이 벌어진 것이 분명하다. 유니짜장에 원래 새우가 안들어가는 것이 맞는데 요리사가 착각해 내 그릇에 잘못 넣었거나 새우가 들어가는 것이 레시피인데 아내 그릇에 깜빡 빼먹은 경우. 내 그릇에만 새우가 들어 있어 멋쩍은 느낌이 들어 아내한테 새우를 건네주려 하자 됐다고 한다.
내 기분은 찜찜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데서 대인의 풍모가 나타남 직한데 나는 소인배라 종업원을 불러서 “유니짜장에 새우가 들어가는 것이 맞느냐, 나한테만 있는데 뭐가 잘못된 것 같다”라고 말을 했다.
종업원은 다음에 오시면 잘해드리겠다고 사과조로 말한다. 이제 모처럼 기분 좋게 외식하러 나온 우리 부부는 새우 두 마리 때문에 유쾌한 식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모르는 척하고 넘어갈 걸 그랬나. 나는 갑자기 내가 아주 쩨쩨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을 자각했다. 순간 후회가 들었다.
이 에피소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어 내 얼굴이 화끈해진 사태가 또 벌어지고 말았다. 잠시 뒤 머리에 흰 셰프 모자를 쓴 요리사가 접시에 새우 두 마리를 담아가지고 우리 식탁에 찾아왔다. 어제 새로 온 요리사가 잘못해서 새우를 빠뜨렸다며 정중히 사과한다.
와, 이건 내 감정이 감당하기 버거운 장면이다. 그까짓 새우 두 마리가 뭣이라고 내가 괜히 종업원에게 일러바쳤단 말인가. 식당에서 갖다주는 대로 얌전히 먹고 말지 좁쌀영감처럼 이야기했다가 일이 이렇게 벌어지게 되다니.
나는 되레 모욕당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자초한 것이다. 아내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식당에선 나를 진상 고객이라고 하지 않을까. 뱃속에 들어간 그놈의 새우 두 마리가 소화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되짚어 생각해보면 유니짜장은 면과 짜장, 양파, 잘 씹히지 않는 말린 무채 같은 돼지고기가 아주 조금, 채를 썬 오이, 그것이 다였다. 내용물과 가격을 대비해볼 때 새우가 들어가야 유니짜장의 완전체가 될 성싶다.
그렇다면 내가 종업원에게 지적한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나를 변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아내한테 눈총을 받은 내 꼴은 아내한테도 진상이 되고 말았을 것 같다. 오래전에 나는 아내와 함께 막국수 식당에 간 적이 있었는데, 식당 요리사가 조리대에서 끓인 육수를 국자로 떠서 한번 입으로 맛을 보고 다시 그 국자로 육수를 휘젓는 것을 목격하고는 기겁했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나는 왜 이렇게 속이 좁은가, 하고 자책을 한 경험이 있다. 이번 유니짜장면 사건도 그 연장선 같아 씁쓸하다. 이 순간 어떤 외국 작가가 식당이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