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체질 개선만이 살길"
"총체적 체질 개선만이 살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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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발전을 위한 시민토론회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시각이 따갑다. 4회를 거치면서 지역사회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혹평과 함께 재단 이사회의 사단화 배제와 사무처 조직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일 열린 비엔날레 관련 토론회에선 행사의 성공과 실패를 따지기보다 비엔날레 존재필요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존속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비엔날레 전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발제자로 나선 박정기 교수(조선대)는 "올해 비엔날레는 세계 미술계를 대표하는 거장은 물론 유명 신인 작가들도 모두 배제돼 작가의 뛰어난 작품을 찾게 마련인 관객들의 기대를 총족시키기에는 크게 미흡한 전시였다"고 지적했다.

박교수는 또 "광주비엔날레는 횟수가 거듭되면서 점차 지역사회의 일반적인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전시의 질적 수준 향상과 함께 이벤트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는 광주의 '자기 부정'일 뿐이다"고 말했다.

지형원 광주일보 논설위원도 "비엔날레는 무엇보다 전시가 우선돼야 한다. 스타급 작가 및 예술감독 등 호감을 끌 수 있는 사안이 있어야만 시민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찬용 광주YMCA 사무총장은 "큰 행사가 있으면 당연히 안전을 보장받는 숙소와 교통편이 있어야 하는데 얼만큼 노력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며 "정체성에 대한 테두리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하림 광주전남문화연대 대표도 "지역민들은 어쩔 수 없이 참여하면서도 혹시 무관심한 자신들 때문에 비엔날레 이미지가 구겨지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는 비엔날레의 닫힌 운영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성진기 교수는 "전문성을 잃지 않으면서 소박한 시민이 감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만 비엔날레에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토론회에선 지역미술계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았다.

유방희 광주예총 회장은 "차기 대회는 지역미술인을 아우를 수 있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단 이사회는 형식적 구조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에 5회 행사를 심도 있게 진행하려면 눈치 작전 펼치며 손드는 이사들을 제외하고 전문 이사진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병구 광주청년미술작가회장 또한 "처음 비엔날레를 개최했을 땐 기대와 흥분 속에 희망을 가졌지만 지금은 비엔날레 기간이 되면 젊은 작가들은 본의 아니게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최회장은 "광주에 인재가 없다고 말하기 전에 인재들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흥남 전업작가는 "비엔날레가 시민과 예술인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외지 사람들만 찾지 말고 지역인재와 미술인의 능력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비엔날레 재단 운영에 대한 질타도 가감없이 쏟아졌다. 김상윤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는 "광주를 예향의 이미지로 부각시키려는 정치적인 의도와 '세계화'라는 문민정부의 구호에 부응하려는 광주시의 의도가 맞아떨어져, 지극히 비문화적 동기에 의해 거창한 문화행사가 창설됐다"고 설립 취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김 전 이사는 이사회의 효율성 검토, 집중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사무처의 인력운용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김선희 시립미술과 학예연구실장은 "비엔날레 내부 조직 운영이 방만하고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비엔날레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관람객 수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평가, 재단 기금이나 예산을 늘이기보다 경쟁력과 자생력 키우는 것을 우선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하림 광주전남문화연대 대표는 "이사회가 켜뮤니티와 문화예술 전문성을 균형있게 보완해야 한다"며 "사무처는 전시 홍보의 자율적 권한을 확대하고, 많은 공무원의 파견보다는 실질적인 전문인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김포천 비엔날레재단 이사장은 "예술감독을 제외하고 나머지 운영진은 이번 비엔날레가 '첫경험'이었다"며 "예술적 열정에 기름 부어주는 역할을 비엔날레가 해야 하는 것임을 거듭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채복희 대동문화 편집주간은 이날 토론회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비엔날레가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잠깐의 보고 형식 보다 단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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