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월드컵 열기를 삶의 현장으로
[투데이오늘]월드컵 열기를 삶의 현장으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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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원[광주대 e-비즈니스학부 교수]

이번 월드컵 기간 중 우리 민족이 보여 준 저력은 참으로 엄청났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것인지, 세계가 숨을 죽일 환상의 응원질서 속에서 세계시민을 흥분시키는 팽팽한 긴장의 게임이라니! 언제 다시 우리민족이 아니 세계시민이 이런 월드컵을 또 다시 구경할 수 있을까.

어디 이런 흥분뿐이랴. 이제 세계를 나가 보라. 코리아 사람들에 대한 대접이 달라졌을 것이다. 운 좋게 광적인 축구팬이라도 만나면 맥주한잔 쯤 공짜로 얻어마실 수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랜만에 외국여행을 한 김에 힘들여 사온 물건이 ‘메이드 인 코리아’이었을 때도 낭패감보다는 뿌듯함이 더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렇게 월드컵을 찬양하면서도, 나는 이번 월드컵에 유감이 많다. 지방선거에 시민후보를 출마시킨 ‘자치연대’의 대표로서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상당부분 빼앗아갔다고 여겨지는 월드컵이 밉다. 한사람의 영웅이 일시적으로 세상을 구하는 것 보다는 잘 갖추어진 사회전체의 구조가 오래도록 세상을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믿는 학자로서 나는 히딩크라는 영웅만이 이런 일을 할 수있다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준 이번 월드컵이 원망스럽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민족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주고 세계시민에게 흥분을 준 이번 우리의 월드컵은 위대하였다. 우리의 월드컵이 너무나 위대하였기에 절망도 크고 희망도 크다.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에 열광하는 장면에 정확히 오버랩되는 풍경하나. 88년 서울 올림픽! 시간이 있으면 서울올림픽 당시 언론의 기록들을 찾아보라. 지금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흥분과 열정과 민족의 자부심이 거기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올림픽을 자랑스러워했으며 우리민족의 위대함을 이야기했는지... 나는 바로 여기에서 절망한다. 그 자랑스러움과 감탄의 내용이 너무도 일치함에서 나는 절망한다. 심지어 우리민족은 이렇듯 구심점만 주어지면 잘하는 민족이니 함께할 구심점을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처방까지 똑같으니.

하나됨의 에너지를 '주민운동'으로

우리는 지난 88올림픽 때 하나로 뭉쳐서 질서만 지키고 그리고는 끝이었고, 10년후 IMF 구제금융국가의 시민이 되었다.

물론 질서와 하나됨이 비난의 대상일 수는 없다. 질서와 하나됨 그 자체로도 충분히 환상적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에너지를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하나로 뭉친 에너지로 할 일을 찾아야한다. 월드컵기간동안에 얻은 값진 힘은 하나 됨이 아니라 거기서 얻은 자긍심이다. 스스로의 잠재력에 탄복하고 끝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민족적 자긍심을 얻었고 자신감을 얻었지 않은가. 자긍심도, 자신감도 없는데 대~한민국을 그토록 목이 터져라 외칠 뻔뻔한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 위대한 월드컵에서 희망을 본다. 이 월드컵의 열정과 자부심과 자신감을 우리 삶의 현장으로 가져가자. 이제 월드컵게임은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서 열려야한다. 삶의 현장에서 우리는 우리나라 대표선수이고 응원하는 시민의 바로 그 자부심으로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꾸려가자.

우리의 축구수준이 세계4강에 올라갔듯이 우리들의 삶의 수준도 세계4강으로 올라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기업은 이제 물건을 4강수준으로 만들어야한다. 음식점을 경영하시는 분들도 자기 때문에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음식 맛을 본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살아야한다. 공무원들도 내가 아니면 이 나라가 어쩔 뻔했느냐는 사명감으로 행정에 임하여야한다.

그러나 그래야한다고 말만하면 무엇하나. 누군가 나서서 이 일을 기획하고 실천해야한다. 동종의 업종끼리 모이게 하여 월드컵기간 중에 보여준 우리민족의 자부심으로 일을 하도록 판을 만들어야한다. 주민운동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서 안됐지만, 내가 속한 ‘자치연대’는 시민여러분께서 허락하신다면 조심스럽게 이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민원(광주대 e-비즈니스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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