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오늘]광주가 보수도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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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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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사)광주시민의소리 이사, 광주교차로 사장]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 이후 급격히 성장한 호남지역 시민사회운동세력이 D.J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5년이 지난 후 가장 크게 변한 모습은 한마디로 말해 광주시민과 시민사회운동의 밀착감이 사라졌다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반민주당 정서의 깃발을 들고 패배한 자치연대 후보들간의 지지율을 비교해보면 상당히 음미할만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자치연대 후보라도 행정관료나 전문성을 갖춘 후보들은 지지율이 높고 학생운동 시민사회운동 출신들은 지지율이 낮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광주정서가 D.J 집권과 함께 보수화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평가에 일견동의 하면서도 보수화된 광주정서(?)의 이면에는 시민사회운동세력들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광주정서가 보수화되었다고 하는 것은 시민사회운동세력의 자업자득이라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말해서 1980년대초 광주시민은 학생운동 출신, 재야출신이라고 하면 무조건 신성시했고 그들의 희생정신에 동참하지 못한 자책감에 조건없는 성원을 보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80년이후 치러진 총선이나 지자제 선거에서 나타난 민주당 당선자를 보더라도 정통관료 야당인사보다 민주화운동 전력을 가진 후보가 훨씬 지지율이 높았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면 10년 사이에 민주화세력을 바라보는 광주시민의 정서가 바뀌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첫째는 지난 20년간 계속되어온 민주당의 일당지배의 폐해이다. 민주화=김대중대통령 당선이라는 목표가 달성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좋아질것이라는 믿음이 D.J 집권과 함께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에 발생한 두 아들의 구속으로 이어지면서 민주화세력이 갖고 있던 도덕성마저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둘째로 D.J가 위기때마다 재야입당이라는 명목으로 D.J 진영에 참여한 학생운동가 시민운동가들의 정치적 태도, 행동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평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이라는 당 간판에 참여한뒤 계보정치, 보수정치등 기존의 정치질서를 개혁하고 타파하기보다는 기성정치인 못지 않은 정치적 기술을 답습는데 급급하면서 극단적으로 차기총선에서 정치적 수명연장, 공천을 받을것인가에 집착함으로써 시민들이 가장 기대한 정치권의 도덕성회복에 기여하지 못하고 계보정치, 보수정치에 매몰되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운동세력 대동정신 그때의 신념으로 돌아가야

사실, 최근 김대중 정부가 어렵게 된 배경에도 이러한 입당파들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집권 초기에 재야 입당파들이 의원직을 내놓을 각오로 인사문제, 정치권의 부정부패, 대통령 아들 문제를 제기하고 투쟁했던들 D.J정부가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광주 시민들에게 신뢰 받기 위하여 민주화운동세력이나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어떠한 태도를 보여야하는가? 혹자는 광주시민운동권 세력을 보면 민주당의 지역지배 못지않게 시민사회 역시 장기집권을 누리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정치권 뿐 만 아니라 시민사회운동세력도 세대교체를 이루게 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시민사회를 보면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그 사람이 그사람이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20년전 김대중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비판하고 정치독자 세력화를 주장하면 현실을 모르는이상주의로 매도받곤 하였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노무현에 대한 비판적 지지성향을 비판하면, 그러면 이인제, 이회창을 지지해야 하냐고 내몰고 있는 현실은 세월만 변했지 김대중에서 노무현으로 인물만 바뀌었지 시민사회운동세력의 정치적 인식은 하나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평가가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운동권이나 시민사회가 김대중 정부에 대해서 단한번의 쓴소리도 못했다는 점을 볼 때 이같은 평가를 전혀 부정할수만은 없다.
이런측면에서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표심은 광주의 보수화(?) 못지않게 진보성(?)도 표출되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6.13선거에서 민주노동당 15% 지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각에서는 민주당 실정이 미워서 한나라당은 찍을 수 없고 그래서 민주노동당을 찍었다고 물론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15%속에 담겨있는 광주시민의 민심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민주화세력과 시민사회가 민주당과의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기보다는 민주당의 잘 잘못을 분명히 하고 새롭고 깨끗한 정치세력으로 나섰다면, 더 많은 지지율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동당 15%지지율을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광주지역의 민주화세력이나 시민단체가 어떻게 행동해야하는가를 광주시민이 던지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화의 성지 광주. 민주화를 이루는데 수많은 광주의 젊은이들이 희생되고 감옥으로 보내졌다. 그런데 그런 광주에서 민주화의 전력이 유신이나 5공때 행정관료로 일했는 것 보다 선거에서 장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광주가 보수화 되었다면 이에 대한 당사자들 즉 민주화세력 시민사회의 뼈를 깍는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광주의 보수화를 극복하는 문제는 민주당도 한나라당도 아닌 1980년 광주에서 벌어졌던 대동정신의 그때 신념으로 시민사회운동세력이 돌아가야한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추상적이 아닌 구체적인 새로운 정치프로그램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화운동이나 시민운동이 헌신적이고 창조적인 성격을 잃었을 때 더 이상 개혁이란 말을 꺼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김창훈((사)광주시민의소리 이사, 광주교차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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