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 미세먼지 속에서
'왕서방' 미세먼지 속에서
  • 문틈 시인
  • 승인 2023.04.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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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국이 미세먼지를 놓고 중국 탓을 한다며 불만을 표한다.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황사는 고비사막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중국 탓만을 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중국의 수많은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먼지는 오롯이 중국 탓이다.

중국이 북한을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 해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입술로 비유하는데 이것은 지정학적으로 그럴싸한 비유다. 어쨌거나 중국산 미세먼지로 한국은 죽을 맛이다. 입술이 타들어갈 지경이다.

중국의 ‘위협’은 미세먼지에 국한하지 않는다. 모택동이 죽고 나서 등소평이 ‘흑묘백묘론’을 들고 나와 잠시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세로 엎드려 지낼 것 같은 자세를 보이자 미국은 착각하고 중국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시켰다. 중국이 자본주의화 되면 중국인민의 상당수가 중산층이 될 것이고, 그러면 중국대륙이 민주화가 되리라는 허튼 기대를 한 것이다.

이는 공산 소련을 누르려는 계략을 편 것이다. 결과는 정 반대로 가고 말았다. 중국은 지금 민주주의로 가는 것이 아니라 민족주의 중국을 앞세우고 미국과 용호상박의 패권 다툼을 하고 있다. 미국이 이기느냐, 중국이 이기느냐. 목숨을 건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를 너무 모른다. 월남전의 진흙탕에 빠져 수많은 희생을 겪고 나서야 ‘이것은 이념의 싸움이 아니라 민족주의 싸움이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서 미국이 발을 뺐는데 베트남은 통일되고 나서 민족주의를 앞세운 공산국가가 되었다. 미국의 적이 아니다.

그런데 중국은 다르다. 식량기근으로 수백만 명이 죽어가는 중국을 세계 시장으로 데리고 나오자 중국은 불과 30년 어간에 세계를 왕서방의 시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럴 것이 세계 시장의 10분의 1 가격, 3분의 1 가격으로 중국 상품이 범람하고 있으니 한국 식당에 중국산 김치가 90퍼센트를 점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집트에서 팔리는 피라미드 관광상품의 대부분은 중국제다. 몇몇 최고 명품과 첨단 기술 제품을 빼놓고는 중국산 상품에 당할 자가 없다. 중국이 멈추면 세계가 동작그만이 될 지경이다.

한때 중국이 세계 시장으로 막 진입했을 무렵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팔아 재미를 많이 보았다. 그런데 불과 30년도 안되어 한국은 중국의 넘쳐나는 상품에 쩔쩔매고 있다. 조선, 전자, 자동차 같은 몇몇 산업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제품이 중국산에 밀려나고 있다.

한국의 8분의1 정도밖에 안되는 중국의 값싼 인건비로 만들어 무섭게 치고 올라오거나 추월한 기술제품들이 한국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텔레비젼 수상기, 라디오, 마을버스, 책상, 형광등, 침대, 자전거…,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공산품은 물론 농수산품들을 한국산을 몰아내고 있다.

최근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무섭게 가팔라지고 있다. 중국만을 놓고 볼 때는 2022년 5월 이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11개월 연속 적자다.

왕서방한테서 돈 벌어오던 일은 이제 끝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 제품들의 대부분이 중국제품과 질은 대동소이하고 값은 너무나 큰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게임’이 되겠는가. 입술이 말라 없어질 지경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은 아직도 중국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손흥민이 아시안 최초로 유럽 프리미어리그에서 100골을 넣었다, BTS가, 블랭핑크가 미국 음악챠트 1위다, 한국영화가 넷플릭스에서 1위다, 이른바 ‘국뽕’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정말 이대로 가도 아무렇지 않을까. 왕서방이 세계의 돈을 쓸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돈으로 온갖 기술개발을 하고, 무기를 만들어서 아시아의 용을 넘어 세계 패권 전쟁에 뛰어 들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이웃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너무나 모르고 산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며칠만에 한 번씩 한국의 하늘을 덮는다. 미세먼지는 두 눈에 보이니 중국탓이라고 하고 마스크라도 쓰지, 눈에 안보이는 사느냐, 죽느냐 하는 세계 무역 시장에서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저만치 가고 있는 것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내는 것이 참 안타깝다. 우리는 유럽인들의 비아냥대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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